더불어민주당 공천 후유증이 예사롭지 않다. 급기야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최근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 공천과 관련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라며 이 대표의 사천 논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까지 됐다. 비명계로 분류된 후보들이 줄줄이 ‘하위 20% 대상’ 통보를 받자 ‘밀실 공천’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두 전직 총리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면서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자신들 역시 총선에서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당내에서 이미 두 전직 총리를 비롯해 당 원로들에게 총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음에도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과 당내 분란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협력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당이 환골탈태하는 과정의 진통이고 공천은 공정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선에 의한 밀실 공천 논란이 제기되고 ‘공천’이 아닌 ‘사천’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당내 투쟁 선언이 이어지면서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 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분란은 민심이반으로도 이어졌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1일 공개한 당 운영 평가에서 국민의 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잘한다는 응답은 40%였던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 30%였다. 이에 앞선 20일 한길리서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국민의 힘은 42.8%의 지지를 얻었고 민주당 37.6%에 그쳤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인 전북에서도 최근 심각해진 당내 공천갈등 영향으로 전북 국회의석수 감소 우려에 대처하는 당의 소극적 자세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민심은 악화일로다.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고 모든 원망은 자신에게 돌리라고 밝힌 이 대표지만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비명계 학살은 근거가 없다는 말만 해선 안 된다.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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