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차는 커피 이상으로 대중적인 음료다. 여기서 차는 대부분 홍차다. 홍차란 보통 발효 정도가 85% 이상인 차를 말한다. 원래 16세기 중국에서 유럽으로 차가 들어올 때는 녹차 형태였다. 하지만 발효차인 홍차가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았고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홍차 생산이 많아 비용면에서 싸고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더욱이 설탕이나 우유 등을 섞어 마시기에는 홍차가 적격이었다. 이런 이유들이 작용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에서는 점차 홍차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영국 홍차의 역사는 16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왕 찰스 2세와 결혼한 포르투갈의 왕녀 캐서린이 선물로 홍차와 설탕을 갖고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청차 즉 우롱차였다. 당시로서는 아주 귀한 음료였다. 이 홍차가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점차 퍼져나가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특히 영국의 애프터눈티라는 차 문화는 유명하다. 1820년경 에드포드 공작부인이 차와 함께 샌드위치, 스콘 등 가벼운 식사를 곁들여 티파티를 열었던 것이 기원이다. 이후 티파티는 영국 사교 문화의 상징이 됐다. 현재 영국인들의 82%가 하루 45잔의 홍차를 즐긴다고 한다.

홍차의 생산지는 주로 아시아 지역이다. 중국의 기문과 인도의 다즐링, 아쌈, 닐기리 지역이 주산지다. 또 스리랑카의 우바, 텀블라도 홍차 생산이 많은 지역이다. 그 외에 케냐와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홍차가 나온다. 소비는 역시 인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는 세계 홍차 생산의 44%, 소비의 72%를 차지하는 홍차 대국이다. 그 뒤를 영국이 잇고 있고 영연방 국가와 중동 순이다.

그런데 영국이 최근 홍차 공급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홍해에서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상선 공격에 따른 해상운송로 불안 탓이다. 이 때문에 인도와 케냐로부터의 차 수입 항로가 기존 수에즈 운하에서 더 먼 길인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것으로 바뀌었다. 세인스버리라는 슈퍼마켓 체인은 매장에 사과문을 붙이고 공급 차질이 수개월간 계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홍차는 영국인들의 삶에서 생필품이다. 하나의 국민 음료이자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알코올을 즐기던 영국인들은 건강 차원서 홍차를 대체품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더욱이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이 차를 선호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커피하우스나 티파티 등의 문화도 홍차 확산에 기여했다. 홍차 수급은 그래서 영국에서는 중요한 이슈가 된다. 영국 극작가 존 보인튼 프레스틀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문제는 차를 너무 마신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동방의 느릿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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