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자주 재원 확충 필요성을 거론하기란 참으로 새삼스럽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줄기차게 제기된 이슈이고 또 좀처럼 진전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지방의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등 일부에서 약간의 제도 개선이 있었다지만 그저 성의 표시 수준에 머물렀다. 현 정부 들어서는 논의조차 잠잠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22일 열린 ‘2024 총선의 해 지역발전정책 토론회에서도 지방정부 자주 재원 확충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박상수 선임연구위원은 “1995년 지방자치 시행 당시 21.2%였던 지방세 비중이 202223%에 불과해 거의 답보 상태라며 이로 인해 지방정부의 세입 구조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소득·소비세 확대, 지역균형발전교부금 신설 등 대대적인 지방정부 자주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도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방자치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재정이다. 지방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들을 만든다해도 재원의 뒷받침이 없으면 허사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재정을 지방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요구에 맞는 정책들을 따라야 하는 처지다. 그래야 그나마 교부금이나 공모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예산을 따올 수 있다.

이래서는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시행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지방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청년이 떠나고 출산율은 바닥이다. 지역소멸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지방정부의 공통적인 절박한 과제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역시 지방재정 확충이다. 자주 재원이 있어야 지역 실정에 맞는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나 복지 확대가 가능해진다. 우리는 4월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이 공약이야말로 지방 주민들로서는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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