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반발로 진료차질이 발생한 지 9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 80%가 넘는 1만 명 정도가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전북에서도 전북대 병원 189명 중 164명, 원광대 병원 126명 중 80명, 예수병원 77명 중 26명이 각각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전북대 병원 신규인턴 57명 중 대다수가 임용 포기를 선언했다. 이달 말부터 3월 초는 위기의 대형병원을 지탱하고 있는 전임의 재계약 시점이다. 전임의가 재계약을 포기하고 파업에 동참한다면 최악의 사태를 맞아야 할 상황이다. 의료대란에 따른 심각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일단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이들의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위급한 환자들이 제때 수술이나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며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함을 정부는 경고하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한 대화의 시급성은 인정하지만, 의대 증원 여부나 증원 규모는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과 정부 필수 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강 대 강 대치가 길어질수록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환자 생명의 가치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줄다리기는 하는 상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환자를 외면하는 의사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지지하는 국민은 없다. 의사들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 무조건 백기 투항하라는 정부 역시 파국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난 23일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의료진 부재와 중환자 진료 불가 사유 등으로 관내 7곳 병원에서 수용할 수 없음을 통보받고 응급실을 헤매다 결국 사망한 경우까지 발생했다. 의료대란이 가져올 불행한 사태의 시작이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고 이들이 안정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 실력대결이 아닌 대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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