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소고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인지라 일찌감치 소 사육에 힘을 썼고 또 그 고기를 즐겨 먹었다. 미국에서도 텍사스와 네브라스카 등 서남부 지역은 소 사육의 중심지다. 현재 소 사육 두수는 약 9천만 마리 내외인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대단한 숫자다. 우리나라 소 사육 두수는 해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350만 마리 정도다.

하지만 전 세계 수준에서 보면 미국 육우 산업은 그리 비중이 높지 않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기르는 소는 약 10억 마리인데 이중 3억 마리가 인도에 있다. 그 뒤를 이어 브라질과 중국이 각각 19천만 마리, 1억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중국이 전 세계 소 사육의 64%를 차지하는 셈이다. 미국 9천만 마리는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아 많은 수준은 아니다.

또 미국 육우 산업은 최근 들어 서서히 뒷걸음질하는 형국이다. 기상여건이 악화되고 소 사육에 쓰이는 곡물값이 뛰는 데다 인건비 등 경영비용이 늘어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소고기 공급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미국 소고기 생산량은 1238만톤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간은 이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미국 소고기가 유독 힘을 쓰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우리나라에서 미국 소고기 판매가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산 소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소고기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 갤럽 조사에서 안전하고 먹을 의사가 있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3년간 한국이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농업부와 육류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33천여톤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금액 면에서도 지난해 204700만 달러로 역시 세계 최고였다. 세계 소고기 시장에서 한국이 이제 가장 큰 손이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미국 소고기 수입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호주산 소고기 수입도 급증하는 터여서 소고기 시장의 외국산 점유율은 현재 63%에서 갈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1990년의 경우 외국산 점유율이 46.4%에 머물렀다. 국내 축산업계는 소고기 자급도 높이기에 안간힘이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가는 것 같다. 가격 경쟁력이 없는 국산 소고기는 자꾸 밀리는 모양새다. 값싼 외국산 소고기가 우리나라 시장을 잠식하는 데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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