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 이후 200여년 넘게 전 세계는 선형경제로 유지돼왔다. 선형경제란 자원 조달에서 생산, 소비 그리고 폐기에 이르는 과정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체제다. 그러니까 자원은 생산에 투입된 후 소비를 거쳐 미련 없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그리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현대에 이르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대량폐기라는 일련의 과정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미래를 암담하게 했다.

이에 대한 반성이 바로 순환경제의 도입이다. 순환경제라는 용어는 1988년 환경경제학자 앨런 니즈가 쓴 기사 천연자원의 경제학에서 처음 등장했다. 순환경제는 원래 유럽에서 태동했다. 2015년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 정책 도입을 공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200만명의 고용과 600억 유로(80조원)의 가치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순환경제는 선형경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자원을 최대한 짧고 빠르게 순환시켜 그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요체로 한다. 즉 이익 창출과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단순한 재활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제품 생산 시 자원을 덜 쓰고, 사용한 자원은 오래 사용하며, 사용 후에는 자원을 재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순환경제는 자원 고갈을 비롯해 환경 파괴,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나아가 경제사회적 정의 구현하는 방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낭비를 줄이는 제품 설계나 관리의 디지털화, 사용후 대여나 임대 등을 통해 순환경제 장점들을 살리는 데 진력하는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활용에 앞장서며 순환경제 실현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 고객참여 휴대폰 수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폐휴대폰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막자는 취지다. 또 금이나 은, 리튬 등 희귀금속을 재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SK하이닉스도 재활용 재생가능 소재를 제품 생산에 적극 활용하는 중장기 계획을 글로벌 반도체 업체 최초로 수립했다. 역시 폐기물이나 폐기된 제품에서 소재를 추출, 재가공해 쓰는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최근 많이 논의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제6의 물결이다. 작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가 제안한 것으로 자원 에너지 혁명을 말한다. 순환되지 않고 버려지는 자원과 에너지를 활용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요즘 ESG 경영 역시 제6의 물결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수출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유럽 등 다양한 나라들이 기후 위기를 이유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군에 속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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