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만 당나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길들여 부리는 아주 친숙한 동물이었다. 당나귀 선조는 수단과 소말리아와 인접한 곳에 서식하던 아프리카 야생 당나귀였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축으로서 당나귀를 사육한 것은 기원전 7000년 경 동아프리카에서였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야생당나귀의 성질이 고약해서 가축화에 실패했다. 오히려 중국은 성질이 그나마 온순한 아프리카 당나귀를 수입해 사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기는 대략 기원전 2500년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나귀는 교잡종도 있다. 암당나귀와 말을 교잡해 태어난 것은 버새, 암말과 수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라고 부른다. 버새는 별 쓸모가 없어서 결국 없어졌고, 노새는 일을 곧잘 해내 인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귀를 사육해 일을 시켰다. 그런데 토종 나귀들은 중국 당나라에서 들여온 것보다 힘이 모자라 도태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토종 나귀와 구분하기 위해 당나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당나귀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당나귀가 이렇게 가축으로서 일찌감치 사람들과 같이 한 것은 짐꾼으로서의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말에 비해 체구가 작고 다리도 짧지만 힘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달리는 속도도 느리지 않아서 말을 대신해 승용으로도 활용했다.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도 동키호테 종자 판초가 말이 아닌 당나귀를 탄다. 어쨌든 이래저래 쓸모가 많은 짐승이었다.

그런데 이 당나귀가 최근 무자비하게 대량 도살당하고 있다는 보도다. 영국 비정부기구 동키 생츄어리(당나귀 보호구역)’는 최근 가죽 거래로 한 해 600만 마리가 죽는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당나귀 가죽을 사용해 만드는 중국 약재 어자오가 인기를 끄는 바람에 세계에서 매년 590만 마리가 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2027년에는 그 숫자가 670만 마리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로 인해 아프리카가 당나귀 개체수 급감과 함께 절도와 밀수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여러모로 지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선호하는 바람에 마구 희생되는 동물로 상어가 꼽힌다. 지느러미가 중국인들의 고급 요리 재료인 탓에 마구 사냥 당하는 실정이다. 또 중국은 팜유나 콩, 소고기 수입을 위해 산림 벌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당나귀마저 그들의 약재로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행여 우리나라도 이런 행태로 국제적 비난을 받지 않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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