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전북은 요즘 동네북처럼 정치적 압박을 받거나 정치력의 축소를 강요당하고 있다.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파행 책임론에 휩싸이며 새만금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전자의 사례이다. 4월 10일 제22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서 전체 10석 가운데 1석 축소를 강요당하다 막판에 겨우 지켜낸 것은 후자의 사례이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은 상당 부분 국회의원을 비롯한 전북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선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다.   

  일부 전북 국회의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얼굴이 두꺼운 탓인지 전북 국회의석 10석을 겨우 지켜내는 파동을 겪고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전북 도민에게 사과를 못할망정 자화자찬이라니? 이 정도면 도민을 가볍게 대하는 게 아닌가? ‘용어의 혼란전법’을 현실정치에서 원용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전북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그릇된 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 총선 입후보자가 개별유세를 할 때 대화를 들어보면 유권자들은 전북 정치권의 잘잘못을 있는 그대로 비판한다. 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들을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기도 한다. 지난 4년간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도 한다.

  전북 도민은 정치권의 무능에 신물이 난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2백여 가지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이 같은 특권과 기득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데 혈안이다. 기득권 카르텔은 국회의원을 정점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수직적 네트워크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면 철옹성이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없고 잘못을 은폐하며 지역정권 재창출에만 몰두하고 있다. 총선 선거구 획정 전 완주 중심의 단일선거구를 획정해서 완주·전주를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나중에 행정통합을 이루자는 시민단체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현역 국회의원은 선거구내 군 지역을 모두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통합시 대신 완주시를 만들겠다고 군민을 현혹시키는 완주군과 판박이 놀음을 하는 것 같다. 

  전북 선거판은 이 같은 비판 속에서 현역물갈이론 대 소위 올드보이청산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역물갈이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무능과 무책임을 바탕으로 하며 전북 정치의 구심력을 형성하고 중앙 정치권에서 전북 몫을 지켜내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드보이청산론은 중진들의 무능으로 전북이 어렵게 됐다며, 중진들을 청산하고 세대교체를 이루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전하는 유권자들은 현역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그동안 지역구 국회의원이 한 일이 없다.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에 전북이 겪은 정치적 파동은 유권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전북 유권자들은 실사구시에 입각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옥은 흙먼지를 닦아내면 영롱한 빛을 발하지만 돌은 아무리 갈고 닦아도 돌에 그칠 뿐이다. 지금은 현역들이 경원시하는 올드보이들을 정치현장에 컴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올드보이들이 국가지도자로 복귀하고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부당한 차별과 편견에 당당히 맞서 전북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아는 백전노장이 선봉에 서야 할 때라고 보는 견해이다. 유권자들이 과연 노마지지(老馬之智)를 활용해 전북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합의할까? 

  전북 정치의 혁신은 주권자의 몫이다. 또 다시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를 선발해서 국회의원으로 내세운다면 전북은 더 깊은 차별과 소외의 늪으로 빠질 것이다. 전북 주권자는 여야가 균형을 이루는 충청도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충청도는 DJP이래 실리추구형으로 선거전략을 바꾸고 지역발전을 가속화했다. 전북도 맹목적적 명분에 매달리지 말고 일당독주의 폐해를 청산하는 선거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여야가 쌍발통으로 쌍두마차를 끌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역량이 있는 경영인, 전문가 등을 내세워야 한다. 앞으로 4년 전북의 미래는 오늘 선택하는 유권자의 몫이다. 치욕의 기록을 지우고 부끄럽지 않을 현명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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