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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발로 그리는 그림이기도 하지요.

발이 그리로 갈 때 머리도 마음도 따라가지요.

사진1에서는 작가의 발길이 ‘길거리 노점’에 멈추어 있지요.

남천교 가는 길에 작가의 시선이 가 닿은 곳이지요

80년대는 시장이 아닌 곳, 길거리 한 모퉁이도 좌판을 펼치면 노점이 되는 때였지요.

사진 속 인물들의 차림으로 볼 때 가을이 한참 진행된 것 같구요.

광선의 속성으로 볼 때 오후 3-4시 빛으로 보여요.

200mm 망원 렌즈에 넌지시 포착된 얼굴들.

어디선가 또래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소녀 둘이 할머니와 함께 건조된 생산을 펼쳐놓은 좌판에 자리하고 있지요.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거나 파는 일에 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과업은 엄마가 올 때 까지 손녀들을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망원렌즈에 잡힌 그립고 눈물나는 ”결여“된 소녀의 표정에는 먼 훗날 ”결여’가 줄 수 있는 간절함과 견디는 힘을 자양분으로 성숙할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기원이 스며있는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진2는 전주 동서학동 어느 담벼락에 낙서하는 어린이가 앵글에 담겨 있지요.

80년대 초반에는 아직도 크레용이나 노트가 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담벼락에 몽당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유년의 시절을 보냈지요. 

샤갈 풍의 낙서를 하던 그 소녀는 궁핍의 강을 건너 이제는 파레트 위에 넉넉한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리는 일에 생의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근사한 화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디에 무엇이 되어 있을지라도 마음에 ‘소녀‘를 간직하고 있었으면 싶네요.

순간 포착된 소녀의 영상이 여전히 우리 곁에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되어 따뜻하게 머무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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