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가공식품인 시리얼은 어느덧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식품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켈로그제품인 콘플레이크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리얼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때는 1983년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인들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먹거리였다. 반응은 엇갈렸다. 간편성과 맛을 선호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마치 스낵류처럼 여겨져 식사 대용으로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인지 국내 시리얼 시장 규모는 연 2천억원 대에서 횡보를 하고 있다.

시리얼은 탄생부터 좀 별난 식품이다. 미국의 오트밀이나 그래놀라, 스위스 뮤즐리 등은 시리얼과 같은 계열이지만 엄격히 말하면 콘프레이크가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콘프레이크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 미시간주 배틀 클릭에서 병원을 경영하던 존 하비 켈로그 박사다. 그는 채식주의자로서 1894년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들을 위한 건강식으로서 콘프레이크를 만들어냈다. 환자들에게 해로운 성욕을 억제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병원 환자 중 한 명이었던 C.W. 포스트는 콘프레이크를 그대로 베껴서 그레이프 너츠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선수를 친 것이다. 이것이 잘 팔리자 켈로그도 동생과 함께 켈로그라는 회사를 세우고 콘프레이크를 본격 생산했다. 이후 미시간 지역에는 40여개의 회사들이 들어서고 결국 콘프레이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아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리얼이 영양 가치가 부족한데다 설탕을 추가함으로써 건강에 썩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 탄수화물 덩어리이기에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리얼 시장이 정체된 데는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며칠 전 켈로그 최고경영자인 캐리 필닉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사람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 시리얼을 저녁밥 대신 먹는 게 좋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는 시리얼 가격은 항상 저렴했으며 소비자들이 금전적으로 압박을 받을 때는 훌륭한 선택지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녁식사로 시리얼을 먹는 것이 생각보다 더 유행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뉴스가 나오자 소셜미디어는 비판 목소리로 끓어올랐다. 캐리 필닉 자식에게 줄 것이냐는 비난에서부터 지옥 풍경’, ‘가난한 사람 착취등등 분노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실 시리얼로 아침 때우는 것도 속이 상하는데 저녁 식사까지 이것으로 하라니 화가 날 법도 하다.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먹는 자체는 절대 균형 잡힌 식사가 아니다. 단백질이나 지방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든 설탕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마지못해 먹는 형국이다. 켈로그는 이번 최고경영자 설화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래저래 리더들은 입조심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