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익 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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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작은 우연이 세상을 바꾼다. 1년 전,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와 행정위원회가 뉴질랜드로 공무국외출장을 떠났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바타>, <뮬란> 등을 제작한 ‘쿠뮤영화스튜디오(Kumeu Film Studios)’를 방문했고, <반지의 제왕>과 같은 영화 한 편이 2만여 개의 고용을 창출하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최적의 영화 제작 환경을 갖춘 세계적인 영화촬영소에서 해외 유명 제작사의 영화가 연중 촬영되고, 촬영을 위한 인력․분장․소품 등 연관 산업의 수요까지 날로 커지면서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막대하였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세계적인 영화촬영소를 이끄는 대표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 우리 전주시의회 대표단은 웬만해서는 미팅 약속을 잡을 수 없다는 쿠뮤영화스튜디오 대표를 만날 수 있었고, 영화․영상산업의 업무 협력까지 끌어냈다.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상호교류가 1년의 시간이 쌓여갔다. 이제는 쿠뮤영화스튜디오가 아시아 제2스튜디오 전주 건립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전주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전주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K-콘텐츠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주시 역시 영화․영상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래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 창업과 기업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전주는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다 갖춘 도시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도시로서의 역사성, 대안 독립영화의 축제라는 정체성을 구축한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종합촬영소와 버추얼스튜디오, 사운드댐 등 영화 제작부터 촬영, 후반작업까지 가능한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자본 확보와 투자 등 외부 여건도 좋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영상산업을 40조 원 수준으로 키우고 2028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전략 펀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전주 영화․영상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구축되어 가고 있다.

비즈니스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위해서는 과감한 승부수가 필수 불가결하다. 전주시가 2024년 전주 대변혁 10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영화․영상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먼저, 뚜렷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비전과 전략이 없으면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서 길을 잃거나 핵심을 놓치게 되기에 중장기 영화․영상산업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하다. 사업의 장기적인 사업 추진 역량을 확보하고 치밀한 기획으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과 단위의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하고, 정부의 K-콘텐츠 펀드(모태펀드 문화계정 및 영화계정)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영상 콘텐츠 진흥지구 및 영화 제작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로드맵 마련, 기업 유치를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영화는 우리에게 현실을 넘어서는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영화 속의 세상은 현실이 되었다. 전주가 영화․영상산업을 새로운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한다면 전주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전주에는 새로운 세상이 될 영화․영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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