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 전북 인사가 배제돼 있어 여당의 전북홀대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운천 의원이 지난 19일 내놓은 입장문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19일 선거를 치르고 있는 여당 소속 전북 10명 후보자들이 19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재조정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역 민심 악화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격히 흔들리는 점을 강조하며 시정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하겠다고 중앙당을 압박했다.

10명 후보자들은 전북 10개 선거구에 나선 양정무·정운천·전희재·오지성·최홍우·김민서·문용회·최용운·강병무·이인숙 예비후보들이다.

이 가운데 전주을 정운천 의원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관련 입장문’을 통해 “‘취약지역 인재육성 비례대표 국회의원 우선추천제도’가 있다”며 “이는 제가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있을 때 호남 인재를 육성하고 호남 유권자들에게 당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힘들게 이뤄낸 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남이라는 보수 불모지에서 헌신해 온, 호나에 기반한 정치인들 배제는 국민의힘이 전국정당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전북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들 모두가 출마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 바로 잡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입장문에는 국회의원 정운천의 직인이 찍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입장문에는 날짜와 소속기관, 이름 정도만 표기돼 있는 것이 일반적인 점에 비춰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농림부 장관 이후 2016년 전주을 국회의원 초선 당선 시기와 현재까지 보수정당을 대표해 전북과 전주을에 표심을 다져왔던 정 의원의 굳은 결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북에 관심을 쏟겠다는 여당 측 지도부들 말과는 달리 정부와 당에서 조차 전북홀대론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돌발변수'들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강한 반발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 지지율을 고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북 보수 대표 정치인이다.

정 의원 입장에서는 꼭 중요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중앙당의 돌발변수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험지에서 일궈가며 확보하고 있는 지지층을 당 스스로가 내치고 있을 정도의 ‘훼방’으로 볼 수도 있을 정도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북 전주 완산구 유세에서 "배알도 없느냐.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차려라"라고 정운천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도대체 11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전북에서 뭘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해 전북 국가예산은 400억 원 증액됐는데 전국에서 증가율이 꼴찌”라고 지적했다.

그의 ‘배알’ 발언은 역풍을 맞았다.

전북도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일었다.

결국 그는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북도민에 무릎을 꿇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8년 전에 이어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불거진 악재에 정 의원이 보인 이날 직인 입장문은 단순히 후보 사퇴라는 으름장이 아닌 ‘사직서’ 형식의 ‘미리보기 압박용’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고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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