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전북에 살면서 전북의 소멸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제22대 총선 공약이 매우 중요하다. 총선이 정책을 내걸고 정책으로 승부를 건다면 정책이 담긴 공약이 중요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정책의 소비자로서 공약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저출산을 걱정하며 나라의 소멸위기까지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세계 최저의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뿐 아니라 일자리, 주거문제까지 해결하려면 국토의 균형발전이 시급하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수도권 규제 강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132만 명이다. 1년 전보다 11만 3천여 명이 줄었다. 인구감소는 당연히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국가발전에 저해가 되는 원인은 수도권 인구편중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인구는 2천 6백 1만여 명이다. 전체 인구의 50.6%가 몰려 있는 것이다. 2022년 말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은 1,137조 원으로 전체의 52.5%가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정상적인 인구편중과 생산구조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편중된 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서울시 인구는 4만 2천여 명이 감소했지만, 인천과 경기도는 7만 2천 명 정도 늘어났다. 다른 권역의 경우 부산·울산·경남은 전체 인구의 14.9%인 7백 64만여 명이 집중돼있다. 대구·경북은 9.6%인 4백 92만여 명, 대전·세종·충청권은 10.8%인 5백 55만여 명이 모여 있다. 충청권의 경우 수도권 개발의 여파가 미치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전북은 논산까지 밀려오던 수도권 개발의 파도가 금강에 딱 막혀 멈춰 서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냉기가 돈다. 그래서 전북 인구는 백 75만 4천 여명으로 백 75만 명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년 사이 만 4천 8백여 명이 감소했다.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완주군의 외딴섬 이서면 인구만큼 줄어든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현상을 수수방관한다면 전북은 얼마 안 가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북이 텅 비어버리면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있을까?

  정부의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에서 각 정당은 수도권 규제를 전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에서 제기되는 여러 부작용들, 앞에서 든 것처럼 일자리와 주거, 교통난 해소를 위해 여러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병에 걸린 수도권을 살려내고 지역의 소멸을 예방하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야는 수도권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수도권 의석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또한 수도권 규제완화로 빚어진 결과이다. 정치의 기본 기능이 공정한 자원배분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 정치권은 정치의 기본을 잃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무기력이 낳은 병리현상이다.

  수도권 규제는 경제활동 면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돕는 기능을 할 것이다. 규제는 시장의 자동조정기능이 부담이 될 때 시장기능을 살리는 보조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119조 제2항에서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정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경제기능이 집중되면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지역과 나라의 존립에 위해가 될 것이다. 사실 안보적 차원에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은 전문에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천명하고 있다. 또한  제122조에서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개발을 규정하고, 제123조 제2항에서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헌법 정신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제22대 총선은 각 정당이 의석 수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수도권 규제를 통해 국가를 정상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결과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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