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시장을 보러 나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스물여덟 해째 장 보는 건 내 몫이다.  

 여섯 식구의 끼니가 매끼마다 성찬일 수 없다. 요즘 시장바구니를 들고 장보러 가는 일이 막막하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소비자물가 수치와 달리 체감으로 가늠하는 물가는 몇 %라는 수치 밖에서 요동친다.

 이른바 국민 과일이라 일컫는 사과를 바구니에 넣는 게 망설여진다. 값이 장난이 아니다. 사과 대신 먹어볼까 하고 고른 바나나는 값은 예전과 별 차이 없지만, 개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키위도 국내산과 수입품을 막론하고 값이 비대해질 대로 불었다. 요즘 제철 채소나 과일이 있으랴만, 토마토나 시금치, 오이나 파프리카 할 것 없이 몸값이 비대하다. 물가에 대해 느끼는 감각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수치를 구체적으로 쓰지 않을 참이다.

  고기를 사지 않고 몇 가지만 골랐는데도,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돈이 돈 같지 않다. 겨울에 나오는 과일이나 채소는 거의 비닐하우스에서 난방하여 기른다. 유가와 밀접하게 밀착해 있다. 유가가 5개월째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한 탓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노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겨울에 난방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겨울에는 난방비 때문에 1층만 쓴다. 전기장판을 사용하며 난방을 기본으로 하는데도, 심야전기 요금이 60만 원 안팎에 이른다. 2층 기름보일러까지 작동하면 100만 원이 넘을 것이다. 가진 게 넉넉하지 않은 소시민에게 겨울은 냉기 못지않게 심리적 한기가 더 차갑다. 

 의식주와 관련한 생활물가지수가 오르다 보니, 대다수 국민의 삶이 황폐해졌다. 과일이나 고기 먹는 걸 포기하고 누룽지만 먹고 산다고 쳐도, 누룽지를 끓일 연료비 상승은 큰 부담이다. 얇은 옷을 입고 지낼 정도로 불을 때지 않더라도, 이가 시릴 정도로 겨울날 방이 추우면 안 된다. 

 고꾸라진 국가 경제가 좀체 허리를 펼 줄 모른다. 상가는 ‘임대문의’라는 우울한 푯말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몇 다리 건너면 알법한 사람이 생활고를 못 버티고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총선이 끝난 뒷일이다. 정부는 정치적 셈법 때문에 억눌렀던 물가를 마냥 밟고 있을 수만 없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번 겨울은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렸다. 사람이나 농작물이나 철들지 않으면 물러터질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의 생산이 소비를 따라잡지 못하여 품귀현상이 생길 게 뻔하다. 식량자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가 받을 충격파는 비관적이다. 

 먹거리의 몸값이 치솟고 원유 값이 높이 올라가도 약간 불편한 정도인 1%에 속한 사람이야 그렇다손 치자. 나머지 99%에 속한 사람은 생존의 경계에 아찔하게 서 있다. 눈물 젖은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밥을 끼니쯤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밥이 고통이고 핏방울인 사람이 많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는 시절, 나라 살림을 맡은 나리들이여! 한 끼 밥이 축복이고 행복인 나라를 만드시오. 그놈의 국회의원 빼지 달려고 국민 팔아먹고 잘 살게 하겠다는 허언 비눗방울같이 날리지 마시오.

 시장바구니가 시장, 바구니가 아닌 계절이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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