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이 암표상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본보의 계속된 문제 제기에 국립국제교육원이 보완책을 내놨다. 제95회 토픽 시험부터 인터넷 회원 가입 단계에서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해 자동 계정 생성을 방지하는 기술인 ‘CAPTCHA 시스템’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이를 통해 중국 쪽 결제대행업체들이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해 티켓을 쓸어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크로 기술 역시 진화하면서 비정상적인 접근 차단 기술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원천 차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토픽은 국립국제교육원 주관으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이 치르는 시험이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70여 개국 200여 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선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토픽 시험 신청 홈페이지를 통해 근처 지역 대학교를 시험장으로 선택하기 위한 예약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 암표상들이 시험장 자리 예약을 선점한 뒤 2~4배의 웃돈을 받고 자리를 넘기는 사례가 본보 취재에서 밝혀졌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황니우(黄牛)’라고 불리는 암표상이 전국적으로 수백 개 시험장 자리를 선점하는 바람에 제때 졸업하기 위해선 이들을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밀 아닌 비밀이 된 실정이다. 더욱이 상반기 졸업을 앞둔 유학생들의 시험성적 제출 시한은 6월 말까지로, 이번 제94회 토픽이 마지막 기회였다. 암표라도 구하지 못한 유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고 이런 선의의 피해 학생은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픽 시험응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예매 시스템을 보완하고 시험장도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암표상의 표적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인지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토익(TOEIC)시험처럼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의 더 강력한 추가 보완책이 아쉽다는 지적은 부정 부당한 목적을 위한 방어벽 무력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서다.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리를 통해 더는 공인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암표상이 국가 공인시험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데서야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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