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힌두교와 소의 나라, 세계 5위 경제 대국 등등이다. 또 하나 인도를 대표하는 것은 카스트제도다. 국민을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등 네 계급으로 나누고 차별하는 제도이다. 게다가 그 네 계급에 속하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까지 있다. 또 같은 계급이라도 자티(Jati)라고 해서 다시 나눈다. 사실상 귀천을 구분하는 혈연적 계급제도다. 인도에는 자티만 약 3000여개가 있다고 한다.

이 신분제도는 무려 5000년전부터 지금까지 온존하고 있다. 그나마 도시지역에서는 차별이 덜한 편이지만 지방으로 가면 아직도 엄격하게 지켜진다. 인도 곳곳에서는 계급 간 충돌로 인명피해까지 나는 형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는 지구촌에서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불린다. 도대체 카스트제도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병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카스트(Caste)는 원래 포르투갈 말이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인도에 식민지를 건설한 포르투갈인들이 현지의 계급제도를 카스트 즉 혈통을 뜻하는 단어로 불렀다고 한다. 이 말이 영국인 사이에서도 통용되면서 카스트제도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원래 힌두어에서 카스트제도를 뜻하는 단어는 바르나(Varna)색깔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러니까 피부색에 따라 계급을 나눴다는 의미다.

카스트는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1947년 독립헌법이 제정되면서 법적으로는 무효가 됐다. 1955년에는 불가촉천민법이 제정돼 이들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했다. 하리잔이라고 불리는 불가촉천민에 대해 종교적·직업적·사회적 차별을 금지한 것이다.

인도의 총선 일정이 16일 확정됐다. 다음달 19일부터 44일간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여당인 인도인민당 소속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029년까지 15년간 장기집권하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모디의 출신 성분이 바이샤와 수드라 사이인 간치라는 점이다. 간치는 사실상 수드라에 가까워 최하층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기차역에서 밀크티를 파는 일을 하다가 정계에 들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힌두 극단주의자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날 인도의 경제발전을 이끈 인물로 힌두 황제라는 평가를 듣는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이제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듯하다. 최하층 계급에서 실권은 없다지만 대통령도 2명이나 나왔다. 여기에 모디 총리마저 장기집권으로 들어가면서 앞으로 카스트제도가 혁파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도 가능해졌다. 실제 1억명에 달하는 불가촉천민들이 정치세력화 하는 데다 최상층 계급인 브라만 계급 인구 역시 수천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계급 구분이 점차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마도 인도 역시 빈부격차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신계급주의 사회로 나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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