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종목의 올림픽 퇴출 소식에 전북도내 레슬링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2일 스위스 로잔 로잔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선정을 심의, 레슬링 종목을 2020년부터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했다.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에서 5종 경기 가운데 하나로 치러졌으며, 근대 올림픽 1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유서 깊은 종목.

 이 때문에 최근 인기가 없는 몇 개의 종목이 퇴출 대상에 올랐어도 레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되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도내 레슬링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5년간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고 현재 전북도체육회 훈련과장을 역임하면서 엘리트 체육양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김승민 과장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일”이라며 “레슬링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운동으로 승화시킨 체육의 근간인데다 고대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해오던 역사 깊은 운동이다. 잠시 인기가 떨어졌다고 퇴출까지 한다는 것은 역사를 경시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따는 등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레슬링은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운동이다. 이번 소식에 후배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지 않을까 걱정되고 가슴이 아프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레슬링계가 힘을 모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되는 일만은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경기단체의 고민은 더욱 크다. 특히나 협회의 내홍으로 관리단체로 격하되었다가 지난해 9월 1년 만에 정가맹단체로 회복된 전북레슬링협회는 단체의 정상화 시점에서 들려온 소식이기 때문. 집행부에서는 세계레슬링협회에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선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며, 최대한 선수와 가족들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레슬링협회 신상문(전주동중 지도자) 전무이사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며 “갈수록 투기종목의 인기가 하락되고 있는데 이번 소식이 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타격을 미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협회를 중심으로 선수와 지도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새롭게 전북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단체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던 지진산 회장도 “선수와 지도자들의 충격이 크겠지만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아직 기회는 있기 때문에 너무 큰 실망하지 말고 해오던 운동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레슬링협회를 중심으로 도내 레슬링 관계자와 지도자들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양구군에서 열리는 전국레슬링지도자강습회 자리에서 전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마련 등 향후 대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2020년 올림픽 참가 종목은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IOC 집행위원회에서 타당성을 검토한 후 9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IOC 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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