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30분. 전북현대와 일본 우라와 레즈가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전북은 2006년, 우라와는 2007년 ACL 정상팀이다. 두 팀의 경기는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 대결이다. 특히나 전북은 현재 2무 3위, 우라와는 1승1패 2위.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양팀 모두 1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양팀 모두 서로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게임인 것이다. 그들이 경기장에서 벌이는 사투, 그리고 경기장 밖의 또다른 이야기를 현지에서 상,하로 전한다.

10년 늦었지만 시스템은 앞서는 일본

○…경기 51시간 전인 1일 오후 4시 30분. 파비오 감독이 이끄는 전북현대 선수들이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스타디움 현장에 도착했다.
 경기장에는 이미 20분 전부터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스카이 도모코와 오모리 오오꼬. 전년도 ACL 대회 때 전북을 응원하기 위해 전주를 한달음에 달려왔던 열성일본팬들이다. 오모리 씨는 도내 언론에 소개되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을 좋아하는 그녀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전 한국-카타르전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었다.
 2000년 전북현대의 일본 전지훈련을 지켜본 후 팬이 됐다는 사카이 도모코 씨는 이날 오로지 전북선수들을 보기 위해 2시간의 전철을 타고 지바현에서 이곳 사이타마에 왔다. 겨우 1시간 남짓한 연습경기만을 보고 다시 지바현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선수들을 직접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이 보상됐다”고 즐거워했다. 사카이는 오는 9일에는 우라와와의 2차전을 보기 위해 전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전북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인 오모리와 사카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번 게임을 지켜보는 그녀들의 속내는 어떨까?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하길 빌어요. 그런데 우라와가 지난해보다 팀의 전력이 더 보강돼 전북이 밀리지 않을까 좀 걱정되긴 해요”
 경기장에는 이들 외에도 또다른 일본인 3명이 전북선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일본프로축구연맹 소속 직원들이다. 이들은 선수들이 연습경기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운동장 상태나 기타 일정을 체크하고 있었다. 모든 경기 일정을 구단이 직접 관리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경기가 진행되는 모든 일정을 연맹에서 협의, 지원하고 있다.
 일본프로축구연맹은 이번 ACL 경기 뿐만 아니라 J리그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모든 경기를 관리하며 프로팀들이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단다. K리그보다 10년이나 늦게 출범했지만 그들의 전체 운영과 선수관리시스템은 훨씬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쪽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들의 선진시스템은 경기장 관리에서도 차이가 난다. 선수들이 결전을 치르게 될 이곳 사이타마스타디움은 전주월드컵경기장과 마찬가지로 2002년 한일공동월드컵 당시 지어진 곳이다. 6만5000석 규모로 본경기장 외에 3개의 보조경기장(천연잔디구장 2, 인조잔디구장1)을 갖추고 있다. 이곳 경기장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컴퓨터로 원격 조정되는 구장관리시스템이다.
 잔디관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잔디 밑 15cm 아래에 36km에 달하는 관이 설치되어 있으며 자동관리스템이 알아서 온도와 습도에 맞춰 물을 주고 있다. 잔디에 주는 물 외에도 경기장 관리에 들어가는 모든 물은 빗물을 저장해 활용하고 있다. 똑같은 시기에 지어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관리시스템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 그것이 작금의 일본과 우리의 차이기이도 하다.

“결코 양보할 수 없다”

○…2일 오후 4시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스타디움 본경기장에 전북선수단이 다시 모였다. 결전 27시간 30분 전이다. 사실상 마지막 실전 연습이기에 전북 선수들의 투지가 남다르다.
 전북에게 이번 경기는 복수혈전이다. 2007년 전년도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했던 전북은 8강전에서 만난 우라와에 1,2차전 합계 1-4로 패하며 2연패의 꿈을 접었다. 우라와는 그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북은 이번 경기야 말로 그때의 설욕을 반드시 갚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현재 2무인 전북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라와를 넘어야한다.
 파비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양팀간의 중요한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라와 경기가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결과를 가지고 한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팀의 맏형이자 백전노장인 최은성 골키퍼는 “매 경기가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는 우리가 ACL 16강 진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선수 모두 힘을 합해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친정팀 전북으로 돌아온 정인환 역시 이번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우라와와의 경기에서 패한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이번 경기는 정말 중요하다. 꼭 이겨서 승점 3점을 따내겠다. 더욱이 우라와 레즈는 한번 졌던 상대이기 때문에 꼭 복수를 하고 싶다”고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
 팀의 주장인 이동국은 “이번 경기의 중요성은 선수모두 잘 알고 있으며, 일본 선수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만의 색깔과 투지로 부딪히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양팀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양팀은 기자회견 시간에서부터 이날 본경기장에서 갖는 연습시간을 두고도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선수들의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연습경기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겨우 조정된 것이 우리팀의 기자회견 시간을 3시 30분으로 잡고 4시에 선수들이 연습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연습경기 개방 시간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서로 양보한 것이 양팀 모두 15분씩. 일주일전부터 지리한 줄다리기를 한 결과였다./전북현대 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