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림솜씨의 착한음식들 농가힐링밥상

어린 쪽파를 살짝 데쳐 무친 파무침, 봄 향기 가득한 달래에 쪽빛 바다색을 머금은 파래를 섞은 달래파래무침과 미나리 무침, 직접 채취한 어린 뽕잎과 오가피․고추․매실․우엉 등으로 담근 장아찌들. 제철 음식과 묵은나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반찬이 차려졌다. 여기에 취나물과 개망초․장녹․명주․시래기 등 5가지 나물에 7가지 약초를 우린 물로 지은 나물밥, 집 간장에 파를 쫑쫑 썰어 넣어 만든 양념장, 시래기된장국이 오르자 소담한 밥 한상이 완성됐다.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 있는 농가맛집 ‘지리산나물밥’에서 만나는 소박한 농가밥상 슬로푸드다.

소박한 농가밥상을 만나는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둘레길 2, 3코스 주변 달오름마을 내에 위치한 이곳의 또다른 이름은 ‘마당너른집’. 둘레길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위한 민박집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한 이곳은 집주인의 맛깔난 음식솜씨가 입소문을 타고 회자되던 곳이기도 하다.
 인근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채와 약초, 집에서 직접 담근 장간으로 간을 한 소박한 음식들은 지리산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또다른 선물이었다. 건강한 밥상을 잊지 못한 여행객들은 다시 이곳을 찾았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당히 ‘농가맛집’인 ‘지리산나물밥’으로까지 성장하게 됐다.
 ‘농가맛집’은 집안 대대로 이어오는 솜씨 잇고 농가나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해 향토음식을 상품화하고 농가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국가가 인정해주는 건강한 식당이다.
 이곳 지리산나물밥도 전북도농업기술원과 남원시농업기술센터의 ‘향토자원화사업’ 지원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지리산나물밥 대표 권정희 씨는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장담그기 비법을 담아 오랜 시간 동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담가왔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장류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남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약선요리 등을 배우며 건강한 밥상을 오래 연구해왔다.
 특히나 ‘농가맛집’으로 문을 열면서는 각종 나물류 외에도 지리산을 대표하는 흙돼지 요리를 직접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흑돼지를 사골 육수에 샤브샤브 식으로 살짝 익혀 소스와 함께 먹는 흑돼지맑은 토림과 단호박을 넣고 고추장을 버무린 흙지돼갈비, 잘게 다진 흙돼지에 각종 야채를 넣고 만든 흙돼지 떡갈비는 이집에서만 만나는 특별음식이다.
 맛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이곳의 음식을 “산을 밥에, 몸에 담는다”라는 표현으로 극찬하기도 했다.

산을 밥에, 몸에 담다

 지리산나물밥집의 너른마당의 뒤편에 있는 장독대에는 수십개의 옹기들이 봄햇살을 가득담고 있다. 이 옹기 안에는 권씨가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 고추장들이 담겨있다. 장류야말로 지리산나물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요리의 기본 비법이 장류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에 지천으로 나있는 나물과 약초들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야말로 요리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봄은 재료를 구하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새순이 돋는 봄이 되면 재료를 구하기 위해 인근 산자락으로 떠난다. 채취된 것들은 당장 쓰이기도 하지만 데치고 말려서 보관되기도 하고, 장아찌로도 만들어진다. 어떤것들은 발효를 시키기도 한다. 봄에 거둔 것들을 내년에나 먹기도 한다. 상차림에 나오는 요리들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권씨는 “지리산이라는 좋은 환경 안에서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다. 우리집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가맛집 컨설팅을 지원해준 남원시농업기술센터 문수옥 자원식품담당은 “농가맛집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집안 대대로 이어오는 솜씨를 잇고 농가나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해 농가를 살리자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곳 지리산나물밥에서 만나는 모든 음식들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으로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은영기자․zzukka@

<관련기사>

내림솜씨의 착한 음식. 농촌생활의 문화체험, 그리고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 농가맛집이 있다. 농가맛집은 상업적 목적보다는 집안 대대로 이어오는 솜씨를 잇고, 농가나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해 농가를 살리자는 목적으로 조성된 곳으로 도내에는 지리산나물밥을 비롯해 9곳이 있다. 주변에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는 휴양지들이 결합된 것이 특징. 특히나 이곳의 음식들은 모두 인근의 자연에서 얻은 신토불이, 슬로푸드들이다. 나른한 봄날 농가맛집에서 힐링하자.

▲완주군 경천면 경천리 청산관광농원=도내에서 최초로 인정된 농가맛집이다. 완주군내 명소인 경천저수지 인근에 있으며 3만여평의 농장에 꿩사육장, 관산조류 사육장 등이 있다. 꿩요리 전문점으로 꿩만두, 꿩전골, 오색두부전골이 대표음식.

▲남원 인월면 인월리 달오름마을=지리산 둘레길 중간코스에 위치한 이곳은 한해 체험객만 3000여명이 가까울 정도로 농촌체험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흥부잔치밥,부각주먹밥, 박덮밥, 박덤벙면을 직접 체험해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부안 상서면 감교리 산넘어남촌에는=인근의 채석강, 변산반도 등 해안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표고버섯덮밥, 과일소스돈가스, 낙지정식 등이 인기다.

▲고창 심원면 용기리 용기장어=선운산도립공원 인근이 위치해 있다. 복분자술과 육질이 탄탄한 장어의 참맛을 볼 수 있는 곳. 소금장어구이 양념장어구이

▲무주 안성면 공정리 칠연식당=덕유산 자락의 칠연폭포와 칠연계곡 인근의 천마를 소재로한 대표음식인 음식인 천마토끼금탕과 오리백숙, 천마영양밥정식이 있다.

▲순창 동계면 어치리 장구목=장구목 상차림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자연산 민물고기로 만든 매운탕이다. 빠가사리, 메기, 쏘가리, 민물새우 등 당일 잡힌 민물고기에 구수한 시래기를 넣고 끓인다. 이밖에 직접 채취한 죽순, 다래, 산뽕잎, 오디와 보리수 등 그때그때 가장 좋은 재료로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음식에 산소리물소리자연밥상, 매운탕, 엄나무한방백숙. 최초의 군립공원인 강천산과 이성계와 빨치산의 역사가 얽힌 회문산이 볼거리.

▲정읍 산내면 두월리 선비향=옥정호 인근의 폐교를 아름답게 탈바꿈시킨 이곳에서는 맛있는 장을 기본으로 선보이는 깔끔한 밥상이 일품이다. 대표음식은 선비일품밥상, 이품밥상, 다식, 매작과, 유자꾸러미 등이다.

▲장수 산서면 신창리 장수밥상=장수군의 고유 지명인 장수와 건강한 삶의 뜻하는 장수라는 복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우를 넣은 장수한우불고기시래기 등 시래기나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산채나물, 수수경단, 수수부꾸미, 시어머니밥상, 며느리밥상/자료재공=전북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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