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없다. 병원도 없다. 의사는 더더욱 없다. 지방을 떠나는 청년은 매년 늘어나고, 평균 연령은 갈수록 높아진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않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태어날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산부인과다. 병원들의 유지비는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태어나는 아기는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소리없이 빠르게 다가오는 지방소멸의 위기감 앞에 가장 중요한 기초의료인 산부인과에 대한 지역의 현 실태와 문제점 등을 3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0.82’

전북도의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이다. 이는 전국 9개 도 단위 지역 중 최하위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15~49세)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전북은 지난 2018년 1.04를 끝으로 2명의 부부가 평생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지역이 됐다.

출생아 숫자도 지난 2018년 1만 1명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2년 7,032명으로 약 3,000명가량이 감소했다. 타 지역 병원에서 분만하는 건수까지 고려하면 전북에서 분만을 하는 경우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전북지역 산부인과들을 유지 및 운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산부인과는 총 139개로 조사됐다. 이 중 외래와 분만이 함께 진행되는 병원은 22개로 지역별로는 전주 7곳, 군산 5곳, 익산 6곳, 정읍·남원·김제·고창 각 1곳, 나머지 7개 지역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북 동부권 지역은 남원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이 하나도 없다.

전북지역에서 활동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도 5년 전인 2018년 192명에서 올해 184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로 조사됐다.

그간 전북도 등 지자체는 분만산부인과를 늘리기 위해 분만 취약지역 산부인과 운영지원 사업을 펼쳤다. 지역 의료원이나 종합병원에 12억 5,000만 원(국비 6억 2,500만 원, 도·군비 6억 2,500만 원) 시설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해 분만산부인과를 개설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전라일보 취재 결과, 지난 2022년 공모에 선정됐던 임실지역의 임실병원은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휴업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올해 3월 분만산부인과를 개설해야 했으나, 병원 재정 등의 문제로 3차례 연기 끝에 병원은 휴업에 들어갔다. 결국 해당 사업은 좌초됐다.

심지어 의료계에서는 해당 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병원 유지를 위해 눈 속이기식 공모사업에 선정된 뒤 국비 지원을 통해 병원 재정을 충당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북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건비만 1년에 최소 4억 원이 드는 상황”이라며 “간호사, 관리인 등을 더 하면 현재 지원하겠다는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당 병원이 재정이 어려워지자 사업 의지가 없음에도 사업을 따낸 뒤 병원 운영에 사용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현재 분만취약지역에 산부인과를 더 만들겠다는 생각은 지금 의료계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신규 산부인과 개원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출생아 감소와 지역적인 특성 등을 고려한 새로운 산부인과에 대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지원하는 병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임실병원의 경우 아직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해당 병원의 재산이 압류된 상태에서 사업 진행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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