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라는 신종 범죄가 발생한 지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해마다 끊임없이 피해자가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등이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에 속수무책이다. 수거책을 검거해도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이미 돈은 사라지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 해 수만 명이 경찰에 검거되지만 여전히 연간 피해액은 수천억원, 최근 5년간 피해액은 3조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에 본보는 17년 동안 이어진 보이스피싱의 피해 현황과 현주소, 해결책 등을 3차례에 게재한다.-편집자 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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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사는 이모(65)씨는 2년 전에 당한 보이스피싱 피해만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이룰 수 없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절 이씨는 기존에 있던 은행 빚을 무이자에 가까운 이자로 대환대출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씨도 믿지 않았지만, 은행원 신분의 명함과 각종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됐고, 결국 속게 된 이씨는 3,000만원의 돈을 전주에서 만난 한 청년에게 건넸다. 기존에 받았던 대출금을 자신들에게 보내 상환한 뒤 저금리의 대출로 바꿔준다는 수법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자 이씨는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을 인지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씨가 보이스피싱범들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없다. 추후에 자신이 돈을 건넸던 수거책이 경찰에 잡혔지만, 이미 돈은 다른 계좌로 모두 송금한 상태였다. 피해자 이모씨는 뚜렷한 구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19일 전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 2006년 5월 18일 우리은행 간석동 지점에서 피해자가 국세청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800만 원을 송금한 것이 알려지며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는 나날이 늘어났고, 현재 피해액은 매년 수천억에 달하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2년)까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건수는 총 15만6,294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3만4,132건, 2019년 3만7,667건, 2020년 3만1,681건, 2021년 3만982건, 2022년 2만1,832건으로 매년 수만 건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3조 620억원으로 건당 평균 1,960만원 상당의 피해가 생겨났다.

또 올해(2023년 9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는 1만 4,015건으로 정부가 작년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만드는 등 코로나19 시절 심각해졌던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30% 가까이 발생 건수가 줄었지만, 피해액은 3,158억원으로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에서도 매년 전체 피해의 약 5%가 발생한다.

피해액 또한 매년 100억원 이상에 달하며, 전국적으로 적어지는 추세에도 전북은 오히려 피해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에 발생하며,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전북은 그만큼 보이스피싱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전북지역의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건수, 피해액)은 2019년(970건, 155억원), 2020년(620건, 123억), 2021년(825건, 210억원), 2022년(600건, 151억원), 2023년 10월(618건, 116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14일 전북 부안에서는 70대 할아버지가 1억 2,000만원의 현금을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전달하려 했다. 다행히 경찰의 활약으로 피해를 막았지만, 고령층들의 보이스피싱 위험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사례로 보여진다.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는 “최근 보이스피싱 피의자를 검거해도 대부분 수거책인 상황에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을 보전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이스피싱 범죄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다양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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