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주부 강모(53)씨는 최근 카드 한 장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해지했다. 이쪽저쪽 분산된 지출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가장 기본적인 식비부터도 무서울 정도로 지출 금액이 커지고 다른 지출에 대해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버거운 상황”이라며 “카드가 없으면 지출이 확 줄어들 것 같아 카드를 하나씩 줄이기 시작해서 5개 카드 중 이제 한 장만 남은 상태다. 이 한 장도 정말 급하게 돈을 써야 할 때를 대비해 남겼다”고 푸념했다.

전북지역 일부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소비를 줄이고자 신용카드를 해지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각 카드사 해지 회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롯데·비씨·삼성 등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지 회원 수는 총 68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는 KB국민카드가 12만 4000명(18.2%)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 11만 명(16.2%), 삼성카드 10만 8000명(15.9%), 롯데카드 9만 4000명(13.8%) 순이다. 이어 현대카드 8만 4000명(12.3%), 우리카드 7만 5000명(11%), 하나카드 6만 3000명(9.3%), 비씨카드 2만 3000명(3.4%)이다.

올해 신용카드 해지자(개인)는 전월인 지난해 12월보다 17%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비교해도 해지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9월 50만 8000명, 10월 58만 2000명, 11월 58만 3000명, 12월 58만 명으로 줄곧 50만 명대를 유지하던 해지자는 올해 60만 명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러한 상황에 카드사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연말 정산을 통해 카드 이용액을 확인하고 신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절약해보려는 심리가 연초마다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초라는 이유에서 해당 심리가 작용했다기엔 올해 1월 개인 신용카드 해지자는 53만 명이던 지난 2022년 1월보다 28%가 격증했고 1년 전 동월과 비교해도 8%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불황 여파로 신용카드를 없애거나 연회비 부담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좋은 혜택의 카드로 갈아타려는 소비자들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혼부부 한모(32·여)씨는 “결혼 초기라 구매할 것들도 많고 매번 끼니를 만들어 먹을 수 없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월급보다 많이 나온 적도 있다”며 “남편과 상의해 처음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던 카드를 전체 해지하고 '신규 카드 발급 시 현금 10만 원 지급'이라는 말에 혹해서 새 카드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