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넘어서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어요. 참나,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나라에서 대책 마련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달 27일 새벽 1시 30분. 술집과 음식점 등 각종 업소가 밀집된 전주시 중화산동을 지나던 택시 안에서 기사 한모(43)씨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전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활동도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실제로 예전과 달리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택시 잡기 힘드셨죠?, 평일에는 손님도 없어요, 요즘 우리 기사들은 차라리 돌아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집에 가서 쉬는 게 가스비를 아끼는 것이라 생각하고 일찍 들어가요”라고 말했다.

실제 이 택시를 잡아타기 전 평소 같으면 1∼2분 사이에 택시를 잡았을 구역에서 쌀쌀한 날씨 속에 10분 넘게 기다리다 겨우 택시를 탔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할 도심이지만 사람모습을 보기조차 힘들었고 심지어는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씨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손님 없어진 것이 지난해 말부터 일거예요, 그때부터 ‘손님보다 택시가 많다’는 일부 기사들의 말이 있었죠”라며 “경기상황을 누구보다 잘 느끼는 게 우리들 아닙니까. 앞으로 손님 받기 더 힘들어질 겁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한씨는 “손님을 마지막으로 저도 이제 집에 들어가야겠습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경기침체로 도내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전주 시내 번화가에서 공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끝없는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전주시내 번화가 인후동과 우아동의 아중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도내에서 가장 크다는 모 나이트 클럽엔 최근 들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달 26일 새벽 1시가 넘어서자 이 나이트 클럽에서는 손님들이 아닌 클럽 종업원들이 하나 둘씩 나와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평상시 같으면 밀려드는 손님들로 한창 바쁠 시간이었지만 이들은 퇴근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퇴근을 왜이리 빨리 하느냐는 질문에 종업원 A씨는 “아유, 요즘은 손님들이 평일에는 거의 없어요. 주말에만 좀 낫지..., 300석 넘는 좌석에 오늘 하루 단 네 테이블만 받았어요. 그마저도 새벽이 다되니 돌아가는데 근무할 이유가 없죠”라고 말했다.

이곳 아중 지구에는 요즘엔 손님조차 없어 12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 업소가 열에 아홉이 라는 게 그들의 말이었다.

이곳 업소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너도나도 호객행위까지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신흥 번화가로 떠오른 전주 서신지구에 사는 김모(32)씨는 “과거에는 근처 술집근처에 주차해둔 차량으로 골목골목이 붐볐는데 요즘은 차 구경을 하기 힘들다”며 “경기가 어려우니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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