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량 안에서의 부부싸움 중 아내가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더라도 자살로 보이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8일 전주지법 제 5민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여운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정읍에 사는 A씨의 아내 B씨는 술집을 운영하며 알게된 남자와 내연관계를 갖고 있었고 4월부터는 아예 남자의 집에서 동거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심지어 A씨의 친구의 동생이었지만 A씨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4월 17일 A씨는 이 남자의 집에 볼일을 보러 들렀다가 아내의 신발이 있는 것을 보고 의심을 했고 결국 남자의 집안에서 B씨를 찾아냈다.

친구 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된 A씨. B씨를 끌어내 자신의 차량의 차에 태우고 돌아가며 B씨에게 “세상에 이럴 수 있느냐, 어떻게 내 친구 동생과 그럴 수 있느냐”며 B씨를 다그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B씨는 갑자기 시속 50km로 달리던 A씨의 차량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려 도로에 머리를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숨진 B씨는 A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수혜자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해 있었지만 보험사는 “고의로 자신을 해쳤을 경우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며 보험금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와 아들은 “보험기간 중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이므로 보험사는 7500만원을 지급해야한다”고 맞서며 1심에서 승소했지만 보험사는 항소했지만 항소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과 같았다.

재판부는 “숨진 B씨가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자살자들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우울상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점이 인정된다”며 “불륜사실을 들켰다고 하더라도 B씨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극한상황이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순간적으로 흥분과 모멸감을 느끼고 그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사고가 날 당시 차량이 시속 약 50km속도로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고 있었던 점. 특히 B씨가 차량의 문을 열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사망에까지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이 사건은 보험계약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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