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잃어버린 저의 흔적을 찾고 싶어 한국 땅을 찾았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찾기가 힘들다면 저의 과거라도 알고 싶네요.”

샌프란시스코 한인입양인협회(Association of Korean Adoptees of San Francisco·이하 AKASF)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할리 춘향(32·Holly Choon Hyang Bachman)씨가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지난달 말 한국땅을 밟았다.

할리 춘향씨의 입양 당시 기록은 입양확인서와 빛바랜 사진 뿐.

이 입양확인서에는 1979년 8월 13일 군산 모조산원에서 나이 어린 미혼모는 여자아이는 낳았고 이 미혼모는 아이를 낳은 후 신분을 밝히지 않고 존재를 감추었다고 적혀 있다.

할리 춘향씨의 친 어머니에 대한 그 어떤 기록도 없었고 누군가 지어 준지도 모르는 성춘향이라는 이름만이 그녀가 아는 유일한 사실이다.

이후 할리 춘향씨는 1979년 9월 29일 당시 군산 ‘일맥 신생아 보호소’로 옮겨졌다.

당시 병원 기록은 여러 번 폐렴과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가 작소 외소 했다고 기록돼 있다.

할리 춘향씨는 태어난 날부터 9월에 고아원으로 입소하기까지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자 1982년 10월 7일 동방아동복지 기관으로 보내졌다.

할리 춘향씨의 약한 건강 때문에 6개월간 위탁가정에 보내진 할리 춘향씨는 1983년 1월 20일 ‘Children’s Home Society & Family Services’ 라는 미국 입양기관을 통해 미네소타로 가게 됐다.

당시 백인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서 할리 춘향씨는 다른 외모와 언어 때문에 차별을 받아 왔다고 한다. 유난히 검은 피부로 따돌림을 당했던 할리 춘향씨는 돌로 검은 피부를 문지르며 아픔을 견뎌 냈단다.

그래도 입양한 양부모의 사랑 속에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 A회사에서 마케팅 컨설던트로 일하고 있는 할리 춘향씨는 남편 스캇(Scott Bachman)을 만나 결혼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할리 춘향씨는 17일 한국을 떠나기 전 “결혼 이후 저의 한국뿌리와 친 가족과의 만남에 대한 호기심과 애틋함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이름과 아몬드 모양의 작은 눈과 긴 속 눈썹, 그리고 어둡게 탄 피부는 가족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른쪽 눈 위에 점과 고아원 시절 왼쪽 볼에 뜨거운 것에 덴 흉터가 있다”며 “자신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할리 춘향씨의 남편 스캇씨는 “많은 차별 속에서 역경을 이겨낸 부인이 자랑스럽다”며 “그녀가 자신의 흔적을 꼭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락처(800-450-7896)
/군산=임태영기자․kukuu79@

사진설명-1982년 입양 6개월 전 찍은 당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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