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급식단가를 두고 교육당국과 학부모간 신경전이 일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이 정한 급식단가로는 현 수준의 급식을 할 수 없다는 지적 속에서 급식비의 현실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도교육청에서는 예산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인 것.
 결국 모자란 비용은 학부모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해야하는 반쪽자리 무상급식 사태가 예고되면서 학부모 내부의 반발 조짐까지 일고 있다.
 특히나 부족한 돈을 학부모가 부담해야하는 반쪽자리 무상급식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간 빈부차이가 급식의 질적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는 전면, 중학교는 50%까지 급식비가 지원된다.
 도교육청은 정부의 중식지원 단가와 수익자부담의 평균치 등을 고려해 급식지원 단가를 유·초등학교는 1800원, 중고등학교는 2500원으로 정했으며, 내년부터 일선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급식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도내 일선학교들이 책정하고 있는 학생 1인당 평균 급식단가 이하 수준이다. 현재 도내 학교들의 1인당 평균 급식비는 초등학교 1859원, 중학교 2506원, 고등학교 2541원씩이다.
 특히 초등학교 413곳 중 98개교가 1800원 이상의 급식단가를 책정하고 있었으며, 이들 학교 가운데서도 일부는 급식비가 모자라 학부모운영위원회의 지원비나 학교발전기금 등으로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도내 모 초등학교의 경우 1끼당 1900원의 급식단가를 책정하고 있음에도 급식비가 모자라 학운위 147만원, 학교발전기금 150만원 등 매년 300여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학교의 학운위는 최근 회의를 통해 100원을 인상한 2000원으로 급식단가를 올리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운위에서 활동하는 한 학부모는 “도교육청이 정한 급식단가로는 도저히 현 수준의 질을 맞출 수 없는데 도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이를 학운위가 책임질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며 “모자란 금액을 학부모들이 충당한다면 그것이 무슨 무상급식인가. 학부모를 우롱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일선학교의 학부모운영위원회(학운위)를 중심으로 도교육청에 요구하는 1인당 급식단가는 최소 2000원선.
 도교육청은 그러나 예산문제 등을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도 초등학교만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추가 소요예산이 292억원(도교육청 146억원, 도청 73억원, 시군청 73억원)인데 1인당 200원을 인상할 경우 여기에서 100억원 상당이 더 추가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는 2012년 초중고 전체로 무상급식이 확대될 경우 지원단가 1800원을 기준으로도 전체학생수 대비 급식비 소요액은 1099억원이나 된다. 급식 관련 인건비와 급식시설비 등에 697억원까지 포함하면 급식에만 들어가는 예산이 1700억원이나 된다.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700억원을 제외하면 도교육청에서는 매년 1000억원씩을 급식에 쏟아부어야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상시켜주고는 싶지만 예산 부담이 큰데다 지자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섣부르게 다가서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책정한 금액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대규모 학교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만 일부 소규모 학교들에 대해서는 예산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학교에서 학운위 활동을 하는 한 학부모는 “문제는 지역간 빈부의 차가 고스란히 급식에 반영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부족한 비용을 학부모가 충당할 경우 상대적으로 잘사는 지역의 학교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열악한 환경의 학교는 급식의 질은 고사하고 급식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도교육청의 의견에 반박했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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