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도내 서민가계와 중소기업 등 할 것 없이 ‘돈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고물가와 이상한파, 구제역파동, 원자재가격 상승 갖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서민가계도, 중소기업 및 영세소상공인 등도 설 쇠기가 겁나기만 하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가 도내 11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 자금사정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금사정이 곤란한 업체가 46.1%에 달한 반면, ‘원활하다’고 답한 업체는 1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길호 본부장은 “일각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 설 자금사정이 좋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체감경기가 호전되지 못했다고 말하는 만큼,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금사정이 곤란한 원인(복수응답)으로 응답기업 30.8%가 ‘원자재가격 상승’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매출감소(25.6%)’, ‘판매대금 회수지연(23.0%)’ 등이라고 답했다. 설 명절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18억3,300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부족한 자금은 평균 5억5,300만원으로 필요자금 대비 30.2%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8.0%)보다 자금부족률은 2.2%포인트나 증가했다.
부족한 설 자금 확보방법으로 ‘납품대금 조기회수(41.3%)’, ‘대금결제 연기(25.3%)’, ‘금융기관 차입(17.3%)’ 등을 꼽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가격 등이 크게 올라 설을 앞두고 있지만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은데다가 일부 기업들은 상여금조차 주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과 함께 정부의 설 자금 지원이 지방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해 설에는 채소, 과일의 가격이 오르는 등 전체적인 물가가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내 설 제수용품 비용도 작년보다 무려 20% 이상 올라 서민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돼지고기 등 육류는 물론 과일, 북어포 등이 작년보다 무려 50%이상 올랐다. 또 고물가로 각종 설 선물세트도 올라 가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주부 김미순(36·전주시 평화동)씨는 "물가가 크게 올라서 장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올 정도로 장바구니 사정이 어려운 데 설 명절을 앞두고 돈이 없다보니까 심리적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고공물가에 구제역, 이상 한파까지 겹쳐서 도무지 이번 설을 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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