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월급과 제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 갖고는 애들을 키우기 힘들어서….”

23일 새벽,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A(26·여·경기도 평택)씨는 자신의 아기를 버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진술했다. 보육원 현관문 앞에 갓 태어난 남아(男兒)를 버리고 도주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남편(29)이 노동일을 하며 벌어 준 돈과 자신이 틈틈이 하는 영어개인과외로 버는 돈을 갖고서는 생활하기가 힘이 들었다. 슬하에 4명의 자녀가 있어서였다. 기저귀나 분유 등에 돈을 쓰고 나면 생활은 늘 쪼들렸다.

A씨는 혼자 결정하기 어려워 같이 살고 있는 시동생(22)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래서 어렵게 결정한 것이 자녀를 보육원에 맡기는 거였다. 큰 애(5)보단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아들을 맡기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결정했다. A씨와 시동생 B씨는 지난 20일께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보육원’을 검색한 뒤 전주 지역에 있는 보육원에 조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형수의 부탁을 받은 B씨는 지난 22일 기차를 타고 전주역에 도착한 뒤 팔복동 모 보육원으로 향했다. B씨는 이날 오후 7시 35분쯤 포대기에 감싼 조카를 보육원 현관문 앞에 놓고서 택시를 타고 다시 전주역으로 향했다.

이 모습을 본 보육원 관계자 한모(40·여)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택시의 차량번호를 본 한 씨의 진술로 차량을 추적하고서 서울행 무궁화 열차를 타고 가던 그를 철도공사와 공조수사를 통해 붙잡았다. 영아의 엄마인 A씨도 주택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생활이 힘들어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려고 했는데 받아주질 않았다. 한국국적을 갖고 있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잘 키워줄 것 같은 전주의 보육원 앞에 아이를 버린 것이다”고 진술했다. A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어릴적 부모를 따라 미국 택사스로 이민을 간 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그 후 이민을 온 남편을 만나 2006년에 결혼을 했다. 지난 2009년도에는 남편, 시동생과 자녀 두명과 함께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으며, 그 후 두 명의 자녀를 더 낳아 현재까지 7명의 가족이 함께 살아왔다. 대가족이 생활하기엔 현실은 궁핍했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보육원에 버려진 남아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남편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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