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나도 죽고 싶습니다”
 순창의 한 농가에서 소가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축산농가의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일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의 문모(56)씨가 운영하는 축사에서 사료를 먹지 못한 소 10마리가 굶어 죽은 것으로 확인된 것.
 축사 2동 1997㎡에서 54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던 이 농장에서는 소값 하락과 사료값 폭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난달부터 소에게 사료를 제대로 먹이지 못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 동안 소를 키워왔다는 농장주인 문씨는 “한 때는 150여두가 넘게 소를 키워왔는데 지금 손에 쥔 것은 빚 밖에 없다”며 “소와 함께 나도 죽고 싶다”고 현실을 원망했다.
 문씨는 순창군에서는 가장 많은 육우를 키우고 있지만, 최근에는 1억5000만원의 빚을 질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 특별 사료구매자금 융자 상황이 도래되고 빚 연체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들에게 사료 공급까지 중단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축산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문 씨는 현재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백신접종을 비롯한 일체의 행정적 지원까지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축산농가들에서는 문 씨의 극단적인 선택에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피폐해진 축산농가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공감하고 있다.
 한 축산 농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다. 오죽했으면 자식같은 소를 굶겨죽이겠냐”고 안타까워했다.
 문씨를 극단으로 몰고 간, 최근의 한우시장은 사육두수는 늘어나는데 값은 폭락하고,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전국 한우 사육두수는 300여만두로 적정 사육두수로 추정되는 250만두보다 이미 50여만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른 한우 가격은 600kg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기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인 2010년 12월 533만7000원보다 17%p 떨어졌다. 육우 가격 역시 지난해 말 230만5000원으로 2010년 12월 310만8000원과 비교해 1년 사이 26%p나 폭락했다.
 반면 사료값은 농협배합사료 가격 기준으로 축우용이 2009년 10월 현재 9075원에서 2011년 3월에는 1만550원으로 16%p나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축산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에 발맞춰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가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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