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전주 남부시장. 시장 입구에는 선거철을 알리듯, 한쪽에 주차된 유세차량에서 대통령 후보의 로고송과 공약 등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져 주변 일대가 시끌벅적 였다. 그러나 정작 인파들로 북적여야 할 시장 안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급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인지 손님보단 시장상인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한적했다.

그 때문인지 시장 입구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선거 유세하는 모습을 시장상인들은 반기지 않은 반응이었다.

37년째 남부시장에서 야채를 팔아왔다는 강미향(65·가명)씨는 “선거 때마다 유세를 하려고 전통시장을 찾았는데, 그때만 상인들에게 좋은 공약을 내놓지 막상 당선을 되더라도 변한게 없더라. 그렇게 선거철마다 속다보니 선거유세를 보더라도 ‘그냥 그런 갑다’하고 흘려보낸다”며 선거유세에 시큰둥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선거 후보들이 앞 다퉈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상인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많은 후보들이 시장을 찾아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많은 유세를 벌이지만, 실상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시장에서 젓갈을 판매했다는 이순덕(59·가명)씨는 “당선 되기 전에는 한표라도 얻으려고 유세를 하지만 되고나면 잊어버리는 게 허다하다. 수십 년간 선거를 봐오면서 알게 된 교훈이랄까”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전통시장이 쇠락하게 만든 대형마트 얘기를 꺼내며 정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마트 들어오기 전에는 전통시장이 활기찼지. 하나둘 들어오더니 이젠 전통시장이 쇠퇴할 때로 쇠퇴해버렸어. 이렇게 전통시장 죽어 가는데 대형마트 영업 규제도 제대로 못하고. 정치인들이 한 게 뭐있냐고. 선거 때만 잠깐 얼굴 내밀기만 하지….”

상인 조경주(64)씨도 선거에 대한 불만 갖기는 매한가지. “유세 들으면 뭐해. 말뿐인 공약 내걸고, 예나 지금이나 바뀐 거 하나도 없어. 누가 되든 마찬가지지 뭐. 많이 가진 사람들
만 해당이 있는 거지, 우리 같은 서민들은 뭐 별반 다를 게 없더만.”

이날 시장 상인들은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칼바람 속에서도 시장바닥에 앉아 발길이 뜸한 손님들을 기다린다. 차기 대통령이 서민을 위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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