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일보 마실여행-운봉읍>
운봉(雲峰).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운봉읍은 해발 450m 이상의 고랭분지로 인간이 가장 살기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정감록에는 운봉 동점촌(銅店杏村) 부근 100여리를 전국 10승지(十勝地) 중 네 번째로 꼽았다.
지리산 기슭에 자리잡은 운봉은 기후가 서늘한 청정지역으로 파프리카, 사과, 상추 등 품질좋은 고랭지 농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다. 남원의 대표음식인 추어탕도 운봉에서 시작됐다.
바래봉 철쭉은 전국최대 군락지로 매년 5월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려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운봉은 또 판소리 동편제의 발상지이자 끝임없이 밀려오는 왜구를 막아낸 국경 요새로 호국의 고장이다.
운봉의 역사는 남원의 역사이자 전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봉의 역사유적과 자랑거리를 알아본다.

◇바래봉 철쭉제
바래봉 철쭉은 보통 4월말부터 시작해 띠를 두르는 것처럼 산 전체를 휘감아 한 달 내내 장관을 이룬다. 바래봉을 중심으로 세걸산까지 3~4km 구간에서 펼쳐진다. 특히 해발 500m에서 1,500m까지 시차를 두고 개화가 이뤄져 오랫동안 자연이 주는 묘미를 감상할 수 있다. 규모도 100ha이상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전국 최대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져 바래봉 하단부는 5월 초순, 중간부는 중순, 상단부는 하순에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봉애향회와 운봉읍은 지난 4일 바래봉철쭉제 개막식을 갖고 본격적인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황산대첩비지
고려말 우왕 6년 (1380년) 금강 입구인 진포해전에서 최무선 장군의 화포에 의해 배 500여척을 잃고 퇴로가 막힌 왜구가 아지발도를 괴수로 수천명이 경상도 지역을 우회하여 함양을 약탈하고 인월에 진을 쳤다. 삼도 도순찰사였던 이성계 장군이 황산대첩비지가 있는 지금의 운봉읍 화수리로 왜군을 유인해 섬멸했다. 매년 8월 15일 황산대첩축제를 열어 전승을 기념하고 있다.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 및 국악의 성지
황산대첩비지 바로 옆에 위치한 운봉읍 화수리는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국창 송흥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며 박초월 명창의 소리의 고향이다.
예부터 운봉은 우리나라 3대 악성인 옥보고가 거문고를 크게 발전시킨 곳(운상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송흥록, 송만갑, 김정문, 이중화선, 박초월, 강도근, 안숙선 등 수많은 명인명창을 배출했다.

송흥록 생가 바로 옆에 들어선 국악의 성지는 판소리, 농악, 기악, 전통무용 등 4개 부문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곳으로 전시체험장과 독공장, 사당, 납골묘, 국악한마당 등의 시설을 갖췄다.
전시체험장은 4대 전통국악의 유물, 유적, 주요 인물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소품을 전시한 전시장과 국악을 직접 배울 수 있는 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판소리의 거두인 명창 박초월, 강도근 선생을 비롯해 각 부문의 주요 무형문화재의 유품과 거문고, 해금, 가야금 등 악기를 포함해 모두 5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국악의 성지에서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백두대간 생태·문화 공원.
운봉읍 공안리 일원 21만㎡ 에 테마학습장, 산림욕쉼터, 치유・휴양 및 기체조, 명상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백두대간 생태·문화 체험·휴양시설이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된다.
또 운봉읍 주촌리 3만3,000여㎡에는 5D영상실, 상설・기획전시관, 곤충온실, 생태문화체험장 등을 포함해 국내 최초 4계절 테마파크형 생태문화를 볼 수 있는 백두대간 생태·문화 전시관이 들어선다.
지리산 둘레길과 백두대간 마루금에 연접해 한반도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이 시설은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축인 백두대간의 문화·역사·생태자원을 홍보하고 모든 국민이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생태문화전시관이 조성되는 운봉읍 주촌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백두대간 마루금이 지나가는 마을로 이곳에서 동쪽으로 흐른 물은 진주 남강을 지나 낙동강에 이르고, 서쪽으로 방향을 튼 물은 남원 요천을 지나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최고의 품질 파프리카
운봉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비타민 A와C가 풍부해 피부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비타민C는 토마토의 5배, 레몬보다 2배가 많다. 비타민 A도 풍부하여 피부의 각질을 줄이고 건성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원 파프리카는 연간 2,500여톤을 생산해 85억원의 조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절반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김희옥 운봉읍장
지리산 중턱에 자리잡은 운봉읍은 풍부한 유·무형 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살기 좋은 고장입니다.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은 각종 산나물이며 산림자원을 아낌없이 내어 주고 있고, 드넓은 들녘에서는 품질 좋은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운봉에서 판소리 동편제가 창시된 것도 물산이 풍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년 동안 3개의 대형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고장으로 유명해 지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에서 유일하게 겨울에 열리는 바래봉 눈꽃축제는 어른들에게는 어릴적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지리산 허브와 포도, 흑돼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허브&블랙푸드 페스티벌은 남원의 우수한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허브밸리에 허브복합토피아관이 건립되면 치유와 화장품 체험단지로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에는 1,500여 년 전 운봉일대에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던 가야문화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도의 철기 기술을 발달시킨 가야문화가 제대로 발굴·조명되면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것입니다./남원=김수현ksh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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