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송전탑 ‘밀양 전철’ 되밟지 않게

국책사업 갈등해법의 수범사례로 전국의 주목을 끌었던 새만금 송전탑 분쟁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현지의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언제 공사가 재개될는지 예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새만금 송전탑 공사는 군산변전소와 새만금변전소 사이 30.6km에 345kv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해 군산산업단지를 비롯 새만금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새만금 혈맥(血脈)잇기 사업이다. 2008년 착공 후 14.3km에 42기가 건설됐으나 주민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남은 46기가 중단된 채 한전과 주민들 간 분쟁이 이어져왔다.
새만금 송전탑 분쟁은 비슷한 시기에 착공 되어 반대 주민 및 시민종교단체들과의 격렬한 마찰로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켜온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와 함께 대표적인 전력 관련 국책사업 분쟁으로 지목되어 왔다.
밀양 송전선로 공사는 90.5km 구간에 765kv급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착공 후 52기 송전탑 구간인 밀양서 반대주민들 저항으로 11차례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다가 대규모 공권력이 동원돼 완공됐다.
이 사이 38만 명의 경찰이 동원됐고 100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주민들 쪽에도 자살 2명과 부상자 등을 비롯 수많은 반대주민들이 형사처벌 되는 등 적지 않은 희생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
새만금 송전탑 분쟁은 다행히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한전과 주민들 간 극적 타협안을 도출해 냈다. 미군 측 동의를 얻어내면 주민들이 원하는 우회 노선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한전 측 노선 추진으로 합의됐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미군 측이 동의하지 않아 합의대로라면 한전 측 노선으로 공사가 재개돼야 했으나 주민들이 미군 측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모처럼의 국책사업 갈등해법 모범사례가 무위가 된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만금 혈맥 잇기 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한전과 주민 간 대 타협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송전탑 공사마저 대규모 공권력 동원과 주민 희생 끝에 완공된 밀양 송전탑 공사의 전철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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