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동물원이 사육 중인 동물들이 잇달아 폐사하면서 허술한 사육관리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벵골호랑이도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한 채 소각 처리될 계획이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9일 시에 따르면 동물원이 사육하고 있는 벵골호랑이 수컷 1마리(희망)가 전날 오후 2시께 폐사했다.

시는 부검결과 신장 기능을 상실해 전신대사부전으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박제와 소각, 매립 중 전문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맡겨 소각 처리키로 했다.

지난 2004년 2월 시 동물원에서 태어난 수컷 벵골호랑이는 작년 2월부터 식욕저하와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최근까지 신장기능 치료를 받아왔다고 시는 밝혔다.

이로써 전주동물원에는 시베리아호랑이 5마리와 벵골호랑이 2마리 등 총 7마리의 호랑이가 남게 됐다.

하지만 잇따른 시 동물원의 동물 폐사원인으로 사육관리 문제가 지적된 상황에서 이번 벵골호랑이 폐사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쌓이고 있다.

앞서 작년 10월 중순께 폐사한 수컷 기린(신화)의 폐사원인은 ‘급성 심부전’으로 판명됐다. 시 동물원이 전북대 동물질병진단센터 의뢰해 받은 검안결과다.

해당 센터는 수컷 기린이 폐사한 당일 부검을 진행한 뒤 일주일 만에 내놓은 검안결과를 통해 ‘왼쪽무릎 관절염으로 내실에서 쓰러진 후 혈액순환이 되지 않았다’며 결정적으로 급성심부전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린 평균 수명인 26년을 채우지 못하고 줄곧 짝으로 지냈던 암컷 ‘여명’을 남겨둔 채 신화는 16년 만에 폐사한 것이다.

같은해 3월 15일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긴꼬리원숭잇과 ‘맨드릴’이 특이적인 병리학적 소견이 없는데도 폐사했다. 지난 1999년 11월부터 동물원이 사육했던 맨드릴은 평균 수명이 40년이지만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 만 16년 만에 숨을 거뒀다.
당시 시 자체감사에서는 맨드릴에 대한 정기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았고, 폐사당일 사육일지에도 동물이상 유무에 ‘무’(無), 사료섭식 상태는 ‘정상’으로 기록하는 등 진료기록마저 엉터리로 관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시 동물원은 현재 이들 고가 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입식계획이나 추진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지시사항으로 내려진 시민성금을 통한 동물 구입비(2억원 이상) 마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권혁신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은 “수년간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줬던 동물원의 가족들이 잇달아 폐사하는 상황에는 수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이유도 있지만 치밀하지 못했던 사육관리도 무시할 수 없다”며 “사육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사육환경 개선 등에도 노력하는 한편, 민선6기 핵심사업인 생태동물원의 위상에 걸맞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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