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국보훈의 달 6월의 시작인 1일 전주고등학교 충혼탑 앞에서‘6.25 전몰 학도병 8인 충혼탑 추각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전주고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전종환 전 정읍·군산·이리 시장이 그 당시의 참상을 기록한 책자를 보이며 새로 찾은 8인의 영령 외에 나머지 영령들도 찾아내 주길 당부하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알게 됐더라면 좋았을 텐데…. 70년 만에 오빠 이름을 찾은 것 절로 눈물이 나네요”.

1일 전주고등학교 충혼탑 앞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당시 징집됐다 산화한 8명의 동문 학도병 이름이 새로이 확인돼 추각(명판에 이름을 새겨 넣는 것)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 등이 참석해 국가를 위해 산화한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기조(82·여·중화산동)씨가 기억하는 김대술(당시 18세)씨는 ‘다정한 오빠’다. 8남매 가운데 둘째였던 그는 비록 말수는 적었지만, 여동생의 기억 속에선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다 정읍 집에 돌아올 적이면 동생들을 위해 연필을 사다 건네는 착한 오빠였다.

그런 오빠는 어느 날 군대에 간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님은 애를 태우며 그를 기다리고 들려오지 않는 소식에 절까지 다니셨지만, 결국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며 평생을 가슴아파해야만 했다. 너무 어린 나이라 희미해진 기억 속, 오빠에게 좋아한다고 표현하지 못했던 일은 마음 속 아쉬움으로 남았다.

입대 당시 전주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대술씨는 1950년 7월 10일 입대해 수도사단 26연대 이등병으로 소속된 후 1951년 2월 4일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날 이름을 찾은 호국영령은 김 씨를 비롯해 김남주·박규완·안근희·이종렬·이철근·최문갑·허봉규씨 등 모두 8명.

이들은 전주고·북중총동창회에서 지난 2019년 전주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던 중, 전몰학도병 명단을 입수해 충혼탑 내 기존 명단과 대조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김 씨 등은 포항과 인천, 강경, 낙동강 등지에서 산화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날 전주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추각행사에서 충혼탑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51년 전주고등학교 내 충혼탑이 건립된 이후 70년 만이다.

1950년 당시 전주고등학교에서만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전해 이 가운데 52명이 전사했다. 그러나 1951년 충혼탑 건립 당시 확인된 38명 외 14명은 그 행방을 찾지 못해 기록되지 못했다.

행사를 위해 충혼탑 앞에 놓인 영정 대부분에는 사진조차 없었다. 가족들과 연락이 닿아 전달받은 이종렬(당시 3학년·1950년 7월 13일 입대해 7사단 9연대 소속으로 1950년 8월 10일 포항에서 전사)씨의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의 사진은 미처 찾지 못한 까닭이다. 전원 학도병으로, 어린 나이에 군에 입대하면서 후손조차 남아있지 않거나 찾기 어려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학도병으로 입대해 복무했던 전종환(당시 18세·전 군산시장)씨는 ‘그 때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신문을 배달하는 등 어렵게, 하지만 열심히 생활했지만 당시 산에서 불과 10여미터가량 앞서가던 중 북한군의 박격포를 맞고 숨진 친구 등 아직 기억 속에는 살아있지만 아직 이름이 적히지 않은 동문들이 있다”며 “앞으로 이 친구들에 대해서도 계속 발굴해 내 탑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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