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와 탄소중립

오피니언l승인2021.08.0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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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오 농진청 디지털농업추진단 연구관

올봄에는 다른 해와 달리 강우가 잦아 6쪽이어야 할 마늘이 새순이 돋고 10쪽 이상 나타나는 벌마늘이 되어 농업인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시골에서 태어나 농사 경험도 있고, 나이도 제법 있지만 ‘벌마늘’이라는 용어는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벌마늘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은 기상 조건이라 하니 새삼 기후변화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대다수 사람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온실가스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탄소중립’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탄소거래나 세금 등의 방법으로 인간의 활동이 가져올 불균형을 제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재배방법이나 사료, 대체육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업의 탄소중립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나가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간단관개나 논물 얕게대기, 탄소저감 사료, 무기질(화학)비료 저감 등의 방법을 통해 농업분야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무기질비료 사용은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배출원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어 있으며 주요 배출원은 질소질 비료이다.

이 질소질 비료는 무기질비료의 하나로서 190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공중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함으로써 만들어지게 되었다.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와 요소를 반응시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소질 비료가 되며, 이 질소질 비료는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어 하버가 노벨상을 타도록 하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지구온난화 주범의 하나로서 찬밥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질소비료가 화학적 방법으로 개발되기 이전에는 구아노라는 새의 배설물이 결정화된 암석을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하였다.
이것은 남미의 칠레와 볼리비아 국경지역에서 생산되어 희소성이 아주 높았고, 이는 열강들의 개입과 관련국들의 욕망으로 흔히들 새똥전쟁으로 비유하는 ‘구아노 전쟁’이라는 칠레, 페루, 볼리비아 사이의 전쟁을 발발시켰다.

이렇듯 귀중하고 전쟁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질소질 비료 자원을 공중질소를 합성하여 대체하였다는 것은 농업의 생산성에 큰 혁명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시대의 아이러니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술의 발달이 질소질 비료 생산에 대한 요구를 감소시키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현대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고, 인간의 본성과 편리성을 아우르는 생명공학, 농기계와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의 발달로 농업에 대한 생각의 다양성이 확대되어 왔고, 인류의 먹거리 문제가 자연환경과 동화되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도록 시대적 의제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UN이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에는 빈곤종식, 기아해결과 지속가능 농업, 물과 위생,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의 목표가 있는데, 농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목표들도 기본적으로 먹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도달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 생태계 복원은 식량안보가 기반이 되어야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구를 살리자는 대열에 어느 나라든 누구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에 민감한 농업의 생산성이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무기질비료를 가축분뇨나 음식물쓰레기에서 유래하는 유기질비료로 대체 해야 하며, 이는 탄소중립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사료를 수입하고 음식물 생산에 다양한 에너지가 포함된다는 것을 상기하면 유기질비료나 음식물쓰레기 비료의 탄소중립 효과가 무기질비료보다 우위에 있는지는 다양한 평가를 통해서만이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기질 비료도 비료이기에 온실가스가 발생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식량안보 기반의 전과정 평가(LCA)를 통해서만이 그 옳고 그름을 판명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만 한다.
지구를 온난화로부터 회복시키고 농업과 자연 생태계의 어울림 속에서 기술의 발전과 삶의 행복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류의 소망은 모두의 인식개선과 노력 속에서 도달되어야 함을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모두가 납득 할만한 과학적 합리성의 유지는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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