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의 숨겨놓은 보물 ‘신봉마을’엔 활력이 넘친다

마을은 주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다. 그릇이 안전하고 튼튼해야 주민들의 삶을 쾌적하고 행복하게 담아낼 수 있다. 완주군이 시골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등 갖가지 마을가꾸기 사업을 벌이는 이유이다. 완주군 용진읍 지암로에 있는 완주군청사 앞길을 따라 소양 방면으로 약 5분 정도 차를 몰다보면 아름다운 마을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에 큼지막한 표지석이 있는데, ‘화합으로 아름다움을 가꾸어 가는 신봉마을’이라고 알린다. 차량으로 직접 방문한 사람은 마을 어귀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차례 심호흡도 할 수 있다.

늦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마을은 더 아름답다. 길을 따라 마을로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면 “어? 이게 뭐야?”라는 의문과 함께 눈이 확 빨려 들어간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벽화에 둘러싸인 풍경은 뒷산의 배경과 어울려 흡사 한 폭의 수채화를 눈앞에서 만나는 듯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신봉 벽화마을은 지난 2015년에 마을 주민 50여 명이 호랑이 그림이 눈 찍기, 즉 테마형 벽화마을 ‘화호점정’ 행사를 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이 사업은 농림식품부 공동문화조성사업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진행된 것인데, 이듬해까지 2년 동안 1억6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하게 됐다. 벽화는 옛 마을 모습을 형상화한 호랑이와 마을의 자랑거리인 신봉민요 합창단 모습, 주민들의 삶이 묻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 트릭아트 포토존 등을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방문한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살짝 둘러보기 좋은 벽화가 아주 인상적이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 담에 큼지막하게 쓰인 글씨 옆에는 ‘비가 오면 땅이 질어 마을까지 차가 못 왔다’는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 있다. 과거 부녀자들이 목욕을 하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아이들 그림까지 벽화는 아주 한국적이고 시골 정서에 딱 맞을 수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포토 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유명한 벽화마을을 많이 가봤지만, 골목이 너무 좁거나 관광객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지만 이곳 신봉마을은 숨겨놓은 보물처럼 다소 여유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벽화를 만끽할 수 있다”고 평한다. 이곳에서 소가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구경하는 3D 벽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진짜와 똑같은 소가 지나가는 사람들에 맞춰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천하일품이다. 순한 얼굴에 사람이 지나가면 막 울 것만 같은 표정을 보면 “이게 진짜 벽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한번 손길을 뻗어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어난다.

사계절 한적하고 풍광이 좋은 신봉마을에는 350여 가구, 11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진입로에 있는 신봉제는 50여 년 전에 만들어져 농수 공급을 했으며, 여름에는 분홍 연꽃 군락지가 있어 마을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늦가을인 11월 초에는 연꽃이 말라 비틀어져 고개를 숙였지만 이 또한 마을의 한 풍경으로 수렴한다. 신봉마을은 옛날에는 서당골, 또는 개굴터라고 불리었다. 입을 쩍 벌린 호랑이 앞에 감히 개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개굴터’라 불렸는데, 마을벽화에도 호랑이와 개가 자주 눈에 띤다. 벽을 뚫고 호랑이가 뛰어 나오는 벽화를 접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뒷산에 개구리가 많아서 ‘개구리 터’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말한다.

신봉마을은 2012년에 창단한 ‘서당골 민요합창단’으로도 유명하다. 완주군에 숨어 있는 특급 비밀병기와 같은 합창단은 지금 70세 이상 어르신 10여 분이 공연을 기약하며 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감에 따라 그동안 연습해온 기량을 토대로 원정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과거 이 마을에 귀촌한 사람 중에 국악을 한 사람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할머니들이 서당골 민요합창단을 만들어 민요배우기 체험, 수수경단 체험 등을 진행해온 문화예술 체험마을이 코로나 시대에도 활력을 잃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민화합으로는 전국 최고로 손꼽히는 이 마을은 할머니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갖가지 화제를 뿌렸다. 한때 이 마을에는 종종 민요공연을 보기 위해, 또는 민요를 배우기 위해 큰 버스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남녀노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출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이 타 지역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배경이다. 정감 넘치는 어르신들과 만나 공연 이야기를 듣고,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마을 골목골목에서 스토리를 느끼고 트릭아트 포토 존에서 사진도 한 컷 찍으면 천상의 휴식이 따로 없을 정도다.

사실, 신봉마을은 그동안 꾸준히 마을 만들기 사업에 주력해왔다. 올해 4월에는 주민위원회와 마을컨설팅 전문가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봉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세부사업인 ‘신봉마을 지역역량강화’ 첫 착수보고회를 갖고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나선 바 있다. 착수보고회는 신봉마을에 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역량강화 수행계획을 설명하고, 마을가치를 브랜드화 시키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 사업은 기본계획수립 당시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한 주민 리더교육, 민요강습교실, 마을홍보영상제작 등의 과업으로 2022년 12월까지 진행된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농촌의 균형발전을 위한 주민주도의 상향식 사업이다. 완주군은 지난 2019년부터 공모를 신청해 용진읍 신봉·서계·봉동읍 원구만 3개 마을이 선정됐다. 군은 이들 마을에 총사업비 31억 원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거쳐 투입해 지원한다. 각 마을은 작년 한 해 동안 기본계획수립 및 실시설계용역을 완료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나선다. 올해 신봉경로당 신축, 신봉마을 지역역량강화, 서계마을 경로당 보수 및 방범 CCTV설치 등이 완료됨, 내년에는 신봉마을 경관정비 사업이 추진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이 활력이 살아 숨 쉬는 곳, 신봉마을은 지금도 아름다운 마을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한적한 신봉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군청 앞 복합행정타운 조성 사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2021년 말 목표 공정률 80%를 향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데, 상수관 매설을 위한 도로굴착 구간 아스콘 재포장 공사는 최근 마무리됐다. 교량공과 하천 호안공 설치를 완료하고 도시가스, 전기, 통신 등 단지 지중화 공사도 마무리됐다. 군청사 주변에 44만8000㎡ 규모에 2000여 세대 주택과 상가, 공공시설(공원)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행정타운이 들어서면 새로운 명소가 탄생하게 된다. 청사 주변에 들어선 완주교육지원청, LX완주지사(국토정보공사), 앞으로 입주할 완주경찰서와 완주군산림조합, 북측에 종합스포츠타운 등이 위용을 자랑하게 되면 시너지를 낼 것이다. 신봉마을에서 우리 농촌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즐긴 후 복합행정타운을 천천히 거닐며 신선한 힐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은 완주군청 근처에 있는 어울림카페를 찾으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여기다 완주군의 중앙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책도 읽을 수 있고, 복합문화지구 누에놀이터로 가면 아이들이 혼자 뛰놀 수 있다. 복합문화지구는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사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아동과 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증진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것도 아쉽다면, 다시 차를 몰아 용진읍에 있는 용진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용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매하는 등 건강쇼핑도 할 수 있어 일석사조의 신봉마을 즐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최병호기자·hoya0276@
/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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