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방탄소년단의 한류열풍, 오징어게임의 선풍적 인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우리는 마을공동체 문화가 사라지는 문화적 병통을 크게 앓고 있다. 우리 문화의 원천인 마을공동체의 해체와 전통문화의 단절, 공동체를 이어주는 정이 사라지는 그늘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농촌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전통문화표류라는 충격을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는 인구 과밀화와 아파트로 대변되는 공동체 정신의 실종으로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농촌마을공동체는 특히 소멸위기가 심각하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이 2019년 5월 93개(40.8%)에서 2020년 5월 105개(46.1%)로 12곳이나 증가했다. 읍면동 소멸위험 지역도 2019년 5월 1,617개(전체 3,564개)에서 2020년 4월 1,702개(전체 3,545개)로 늘어났다. 도시마을공동체는 분자처럼 격리돼 주민이 파편화되고 유대를 강화하는 요소를 찾기 어렵게 됐다. 

위기에 처한 마을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고 ‘신향촌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자는 제안이 제시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송화섭 교수가 강력히 주장하는 운동으로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신향촌운동’은 계와 두레, 향약 등 우리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 조직을 현대사회에 걸맞게 혁신하고 마을굿 등 전통문화를 되살려 마을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운동이다. 필자는 신향약운동을 주창한 바 있는데 확장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향촌운동’은 문화생태계 조성을 통한 마을공동체 활력화 운동이다. 마을공동체를 둘러싼 문화생태계는 농악과 줄다리기, 기절놀이, 망월놀이 등 마을굿의 전통문화가 이어지고 이웃 간에 서로 끈끈한 ‘정(情)’을 나눔으로써 인간적인 유대가 강화되고 공동체 정신이 온전하게 살아나는 마을이다. 마을공동체의 인프라는 풍수적으로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는 배산임수의 명당자리에 마을숲과 입석, 연못 등 풍수비보가 잘 갖춰진 곳이어야 한다. 게다가 지신밟기 등 마을굿으로 풍수비보를 더하면 금상첨화이다. 도시아파트단지 마을들도 같은 문화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문화생태계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소는 활동가이다. 송화섭 교수는 기절놀이의 주체인 두레꾼을 시·군 지방자치단체가 활동가인 문화향도로 임명하고 이들을 앞세워 문화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줄다리기나 기절놀이를 보존하고 있는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 도시에서도 마을굿을 벌이고 주민간의 유대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문화향도는 농촌에서 마을굿 등 전통문화자원을 잘 보존·계승해 도시 마을에 전수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문화향도에게는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유인대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시.군과, 역사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과 함께 가칭 ‘21세기 문화약진종합계획’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계획에 마을굿 보전과 전승·체험, 다른 지역으로의 전파, 문화향도 육성, 방안 등을 담아내면 좋겠다. 이 같은 문화계획의 초점은 ‘신향촌운동’을 통한 마을굿의 전승과 마을공동체의 활력화이다. 마을공동체는 익산 성당포구의 마을자치연금처럼 공동체연금을 보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성당포구 마을은 자치연금 실시 덕에 벌써부터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귀향하는 연어프로젝트의 성공을 예감하게 한다. 문화와 복지가 어우러지는 21세기 마을공동체의 부활이다. 

우리 전라북도는 생태문명을 도정혁신의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춰서 생태문화를 지향하고 결국 문화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마을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신향촌운동’은 전통문화의 지혜를 새롭게 익히고 농촌과 도시의 모든 주민이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신향촌운동’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사회 혁신 운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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