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의 가장 극적인 예는 바로 위키피디아다. 2001년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에 의해 설립된 이 사이트는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집단지성이란 집합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위키피디아는 사용자 간 창조와 협동, 공유의 장으로 크게 성공한 집단지성의 광장이다.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고 끊임없이 검토와 수정이 이뤄지며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현재 약 300여 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올라 있는 문서 수는 5천500만 개에 달한다. 방문자 역시 한 달 17억 명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전 세계 사이트 중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집단지성의 예를 찾자면 끝이 없다. 리눅스 개발과 보급, 비트코인 열풍, 크라우드 펀딩 등 지금 지구촌을 달구는 경제사회 현상들이 모두 집단지성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보여준 붉은 악마의 물결과 그에 힘입은 4강 진출이 결국  집단지성의 위력이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집단지성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전지전능은 아니다. 부정적인 면도 도드라진다. 가짜나 왜곡 정보와 편향적 사고가 판을 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범람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례도 많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억압하는 집단 사고도 집단지성의 민낯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각종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단지성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21세기는 ‘나 홀로’가 아니라 ‘우리 함께’ 가야하는 길이라는 데는 모두들 동의한다.

2022학년도 수능의 생명과학Ⅱ문제의 정답이 법원 판결에 따라 취소됐다. 응시자 전원이 정답을 맞힌 것으로 처리됐다. 그 이면에는 집단지성의 작용이 있었다. 어린 학생 92명이 교육과정 평가원을 상대로 승소했는데 이 소송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이에 적극 호응한 대중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편 것이 승소의 원동력이었다. 나중에 세계적 석학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도 대중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여기서 생각나는 말은 “무리 속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무리 전체가 더 똑똑한 법”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부정적인 측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지성의 개화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 앞으로 풀기 어려운 기후 변화 등 여러 난제들의 해결에 집단지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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