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문화유산은 우리 문화유산

오피니언l승인2021.12.2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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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천주교전주교구호남교회사연구소소장

얼마 전 2021년 세계종교문화축제 “종교문화지킴이” 촬영을 위해 도내 여러 종교문화유산을 찾았다. 완주 화암사, 김제 금산교회, 익산 안대동성당, 원불교 최초 전주출장소지였다. 가는 곳마다 우리 지역에 다양한 종교문화유산이 있음을 확인하고 마음에 뿌듯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잘 보존되지 않은 곳에서는 다양한 종교문화유산이 후손들에게 잘 이어졌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바람을 가지고 돌아왔다.

완주 화암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찰이다.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천년고찰 화암사, 현존하는 유일한 하앙식 건물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올라가는 계곡길은 호젓하면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 길을 걸어 절까지 올라가노라면 세상 모든 잡념을 다 잊는 듯하다. 계곡길을 올라가면서 천년고찰이란 말을 되뇌어 보았다. 오랜 세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누군가의 손길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는 경이로운 생각이 들었다. 천년고찰이란 수식어가 붙은 건물자체도 경이롭지만 그동안 지켜온 누군가의 손길이 더 경이롭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김제시 금산면은 4대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금산교회가 있다. 한옥으로 지어진 아담한 교회는 그 자체로 고향같은 정감을 주었다. 금산교회는 ㄱ자 교회로 알려져 있다. 남녀가 유별했던 상황에서 남녀가 함께 예배를 보기 위해 생각해 낸 지혜였다. 인간은 신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를 교회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천정엔 남자쪽은 한문, 여자쪽은 한글로 성경말씀이 적혀있었다. 모두를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이자익과 조덕삼의 일화 또한 소중한 메시지를 주는 아름다움이었다. 금산교회를 둘러보면서 또 한 가지 감사했던 점은 좀 더 넓은 새 교회를 세우면서 한옥교회를 그대로 보존했다는 점이다.

익산 안대동성당은 전라도 지역 초창기 성당의 하나이다. 성당이 함열로 옮겨가면서 폐쇄되어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오다가 최근 함열성당과 익산시의 노력으로 익산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안대동성당 구내에는 성당건물과 함께 사제관, 그리고 구호물자창고 등이 있다. 성당건물은 흙벽과 벽돌벽의 이중구조로 되어있다. 당시 흙벽을 어떻게 쌓았는지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라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구호물자를 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구호물자 창고는 그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흔적이자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또 당시 사용했던 시멘트 포대의 흔적이 창고 천정에 고스란히 남은 것도 흥미로웠다.

전주 물왕멀지역에 있는 최초의 원불교전주출장소지를 찾았을 때는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원불교 오타원인 이청춘 대봉도께서 사재를 털어 간판을 내걸고 활동했던 최초의 전주출장소. 그런데 그곳엔 교회로 사용하는 주택이 들어서 있었고 어느 곳에서도 원불교 최초 전주출장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흔적은 없었다. 그래도 역사는 그 곳이 그런 곳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찾았던 것이다. 언젠가는 이 곳도 그런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러 종교의 문화유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함 그 자체였다. 그 소중함이 내 종교 네 종교를 떠나서 함께 잘 보존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 일본 나가사키를 방문하여 “나가사키 가톨릭 교회문화유산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사무국”을 들러 관계자들 만나 적이 있다. 그때 느낀 놀라운 사실은 그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가톨릭 교계도 신자들도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소중한 유산들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자발적으로 그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놀라웠다. 그 일을 주도하는 분에게 물었다. “한국에서도 그리스도교 여러 종파의 한옥건물들에 대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싶은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대답은 이러했다. “내 종교 네 종교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특히 현지 주민이 우리 문화유산이다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그렇다. 내 종교의 유산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다 우리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내 종교와는 다른 종교문화유산이지만 어떤 것은 내 조상, 내 가족, 내 친척, 내 친구의 유산일 수 있으며, 내 후손의 유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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