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욱 움티학교대표교사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기저에서부터 흔들어놓고 있다.

#1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인간의 삶과 함께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의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몸 안에서의 공존은 항생제와 살균제를 통해 적대적 거부를 당해 왔다. 그 결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형태의 바이러스>와 마주하게 된 것이며, 결과는 참혹하고 암울했고, 굳건하다고 믿었던 세계의 질서마저 무기력하게 흔들렸다.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방식, 자연을 맞이하는 방식에서부터 인간을 마주하는 방식까지 모든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2 교육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의 몫으로만 존재하는 신성의 영역인 교육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개인적 삶의 완성>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목표를 벗어난 채, 국가와 기업이 요구하는 기능적 도구의 능력을 갖추는 데 주력해왔고, 경쟁의 굴레에 갇힌 피교육생들의 삶은 변별력의 순위에 맞게 길들어져 왔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에 둔감한 교육현장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등교가 막힌 것이다> 학교란 것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쟁의 과정에서도 교육과정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변화는 더욱 놀라웠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충격에서 <그저 아무 일도 아닌>일이 되어 버렸다. 모니터로 만나는 선생님보다 유튜브 강사가 더 잘 전달한다는 것도 알았고, 정해진 교육과정보다 자기 스스로 찾아서 진행하는 과정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학교를 대하는 방식, 배움을 맞이하는 방식까지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3 지자체
 지방자치제의 출현은 시민들의 삶에 정치적 개입 여지를 확장해 놓았다.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의 의지는 정치적 언어로 변화했고 어김없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지자체의 움직임을 동반했다. 일방적 전달의 방식과 달리 행정의 움직임에 시민의 힘이 개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민의 힘이 확장되어도 영향력이 가장 작은 영역이 청소년영역이었다. 2015년 전북도의회 조사를 보면, 전라북도 2014년 복지분야 예산 중에서 청소년에 배정된 예산이 0.8%에 그쳤다는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그해 노인 예산은 64%에 다다랐다. 행정의 손길에 <차기에 대한 안전한 보장>이 담긴 것이다. 그런 지자체가 변화를 시작했다. 표가 되지 않는 청소년들의 배움 환경에 <지속가능한 전주사람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시작되었다.

#4 전환교육
 전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전환교육연구단을 구성하고 전주에 전환교육도시를 만드는 구상을 시작하였다. <철학으로서의 전환교육을 가치로 삼아 전주에서 전주사람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의 배움>을 확장해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3년의 연구과정을 통해 <전주형 전환기학교>라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고 전주다운 교육, 배움이 삶과 결합하며 배움을 통해 모든 생명체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개인적 삶의 완성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5 전환기 학교
 전환기학교는 학교과정을 내려놓고 <자기 탐색을 하는 1년의 자기 배움 과정>이며, 경쟁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고, 연대를 통한 상생을 지향하며,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온몸으로 꿈꾸는 17세 무렵의 생물학적 전환기 청소년들의 학교다. 지금 전주는 전환의 시기를 맞아 야호교육으로 새로운 부흥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가능성인 청소년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차기를 보장하는 현실의 표가 되지 않아도 기꺼이 교육에 투자를 결정한 전주시의 현명한 정책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 여정에 기껍게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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