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길 전북대학교강의전담교수

시작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부터 교육 및 진학 분야에서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고, 논리적이고 사고력이 강한 사람과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은 동일하며 뛰어난 인지학습능력을 가졌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고정적인 사고와 관념에 얽매여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수학은 잘 하기가 녹록하지 않은 과목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학부모에게 빈번하게 큰 좌절감을 안기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고 사고력이 강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열망과 더불어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학을 잘 하고 싶은 욕구를 학생들은 누구나 마음속 기저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고등학생인 나의 조카가 집에 놀러 와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요?”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이 질문은 이 시간에도 수학을 공부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의 공통적 질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질문은 대분의 교육현장에서 무시되고 있으며 수학을 공부하는 본질은 사라진 채, 이미 학생들과 부모들은 시험과 대학 진학을 위해 수학을 공부해야만 한다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학은 인간의 지성과 품성을 길러 주는 중요한 교과라는 사실은 다양한 학자들과 이론을 통해 증명되었고, 대한민국의 교과과정에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수학을 배우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수학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즉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이러한 수학적 사고활동을 기반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면 논리가 통용되는 이성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학문으로서 수학은 단순히 수리적인 연습문제를 푸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에 비해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학을 즐기면서 잘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원에서 통상적으로 가르치는 수학교육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문제를 보자마자 풀어 재끼는 학습법은 지양되어야 하며 수학적 사고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해를 구하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 전에는 풀었던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을 즐기고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문제 잘 읽기 과정이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 후 문제를 잘못 읽어 답을 틀렸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문제를 보자마자 연필을 들이대는 습관이 낳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어떠한 수학 단원 및 이론과 연결된 문제인지, 왜 이 문제를 출제하려고 했는지 등에 대한 숙고와 반복연습이 필요한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문제를 풀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 단계는 수학 공식, 정의 및 정리 등을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을 찾아내는 해법을 계획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는 바로 우리 학생들이 문제를 보자마자 시작하는 바로 그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단계가 수학에 있어 장기 기억을 파지시키고, 상당히 오래 전에 배운 개념에 대한 문제도 다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소위 이 단계를 수학문제 풀이에 있어 디자인하는 단계라고 얘기하며 수학문제 풀이에 있어 디자인 하는 연습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시간이 갈수록 문제 풀이의 디자인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또한 수학을 디자인하는 연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빛을 발하며 나아가 누군가에게 수학적 지식과 내용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가르치게 하는 힘을 지니게 해준다. 

누군가 나에게 혹은 학생들 중 나에게 수학을 즐기면서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수학을 디자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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