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다크투어리즘’ 여행지로 각광

최병호 기자l승인2022.03.24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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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망골목길
   
▲ 해망굴

많은 사람들은 추억을 만들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 경치가 좋고, 풍광이 좋은 곳을 여행 추천지로 꼽고 있다. 그런데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타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으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 여행’으로 우리말 순화하기도 했다. 
역사교훈 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명소를 개발하고 있는데,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현장을 보며 경각심을 일깨워서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의 경우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여러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소위 근대문화유산이라고 불리는 일제강점기 잔재들은 ‘군산’이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요컨대, 근대 시기에 일본인이 대거 몰려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근대도시’라는 것이 군산에 대한 인식인 것 같다. 그러나 군산의 근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산의 유구한 역사전통 위에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해하면서 미래의 전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군산은 금강과 서해안이 만나는 곳으로 고군산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과 넓은 갯벌을 발판으로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었으며, 해양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던 곳이다. 또한 비옥한 곡창지대였고, 조선시대에는 두 개의 진(고군산진, 군산진)이 설치되는 등 해방(海防)의 도시인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군산은 수탈의 주요 통로가 되어 역사의 어두운 흔적을 담고 있다.
1899년 개항 이래 외부 문화가 조기에 유입됐으며, 특히 일제 수탈과 항쟁의 흔적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도시이다. 일제의 수탈과 이에 맞선 항쟁의 역사 교훈으로 고통의 장소도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 군산
군산은 1899년 5월 1일 개항됐다. 수천 년 전부터 군산은 금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 항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었지만, 제국주의 열강에 문호를 연 것이 1899년이다. 그러나 개항 이후 군산은 우리나라 최대 곡장 지대인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수탈의 전진 기지가 됐다. 군산의 개항에 대해서는 일제의 강압에 의한 타율적인 개항이라는 의견도 많으나 당시의 상황을 통해서 살펴보면 대한제국의 부국강병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대한제국은 관세수입 증대를 통해 국가 재정을 충실히 하고 각국 공동 거류지로 개항해 제국주의 열강의 상호견제를 통해서 주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기대와는 달리 쌀의 반출이 심화되었고 객주들은 몰락했으며, 일본인의 토지약탈이 전개됐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부잔교(뜬다리 부두), 호안시설, 철도 등이 원형을 간직한 채 보존돼 있는 군산 내항은 1950년대 초반까지 원조물자의 수송항, 수입한 원목을 가공해 합판으로 재수출하는 가공수출항의 역할을 한 우리나라의 근?현대역사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다.
또한, 원도심의 격자형 가로망은 근대 군산의 원형을 보여주는 오래된 흔적 중의 하나이다. 개항(1899년)이후 설정된 격자형 가로망은 12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근대건축물이 가장 잘 남아있는 월명동, 영화동 등 원도심 일대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행정, 상업, 주거, 금융시설 등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근대도시 군산의 가장 번화한 중심지였다. 옥구감리서, 군산 이사청, 군산세관 등 공공업무시설, 일본 제일은행 군산지점,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의 은행들이 개설됐고, 이와 더불어, 각종 상사와 상점, 백화점, 극장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군산은 점차 확장돼 갔다. 
원도심 일원에는 1920~1930년대에 건축된 많은 일식 주택들은 상당 부분 변형됐으나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이는 한국 근대 건축에서 발견되는 전반적인 건축 형식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군산 내항 및 원도심 지역에 남아있는 토목시설, 금융기관, 생활양식, 종교 등의 시설물들은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일제강점기에 축조된 근대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민정부(1993. 2 ~ 1998. 2)의 소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많은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이 철거됐지만, 현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이 확립됐다. 요컨대, 근대 건축물이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근대문화유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이 확립된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는 2001년부터 ‘근대’를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이자 한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역사적 시기로 여기고, 이 시기 생성된 역사적 산물, 즉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것을 대상으로 보존 및 활용을 위해 조치가 필요한 것을 소유자의 자발적인 협조와 유연한 보호조치에 의해 문화재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군산의 경우에도 내항(진포해상테마공원)의 뜬다리 부두에서 구 군산세관 본관, 신흥동 일본식가옥, 동국사,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원도심 일대에 남아있는 근대문화유산들은 일제강점기 토목시설, 금융기관, 종교, 생활양식 등을 보여주며, 당대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한 과거를 현재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여주면서 재현해주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주어 당대의 기능, 재현, 해석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인 상징물로 거듭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군산의 원도심 일대에 남아있는 근대역사문화자원을 교육의 장 및 문화관광 명소화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원도심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공동화된 지역이 회복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은 근대역사박물관 주변 근대문화시설을 연계한 1930년대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화, 지역의 역사?문화와 지역 주민의 삶을 관광콘텐츠로 중점 개발하여 특색 있는 역사 탐방로를 조성하고, 일제강점기 삶의 수탈의 역사 및 영화 촬영지와 연계한 체험코스 관광 자원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군산시에서 추진한 사업들은 근대역사박물관 건립, 근대산업유산예술창작벨트, 근대역사경관조성, 군산문화재야행, 시간여행축제, 문화재 활용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이 있다.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근대역사문화 도시 조성을 통해 원도심 일대는 항쟁 및 쌀 수탈 현장 보존으로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지역문화의 중심 거점지역으로 재탄생됐다. 
또한 방치했던 흉물스러운 건축물들이 근대 역사가 내재된 새로운 문화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심의 문화유산과 연계한 소득사업 창출로 유동인구 유입되고, 테마가 있는 공연 및 체험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이나 관광객들에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그 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하여 후대에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군산의 오늘, 그리고 미래
문화유산은 관광자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문화유산에는 일정한 역사성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 그리고 과거의 시점 등이 나타난다. 근대문화유산도 근대시기의 많은 역사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면서 그 옛날 민족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방문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삶의 공간 자체로서 역사문화 가치 부여, 과거와 현재를 포용하는 다양한 공간문화 전수, 스토리텔링으로 지역이미지 창출, 미래인적자원 양성을 통한 역사문화유산 보존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군산이다. 
근대문화유산 특히, 일본식 건축물에 대한 그동안 인식은 수치의 증거물이자 일본의 잔재로 청산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겼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시작된 것은 낡고 오래되어 도시 곳곳에 버려져 있던 근대 건축물들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로 등록되면서부터였다. 이는 후손들에게 다시는 뼈아픈 식민지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 흔적을 보존할 필요가 생겼고, 그래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흔적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군산은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근대역사의 야외 박물관이 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들도 아픈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이 또한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해야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군산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자원화해 침체된 원도심을 살리는 소재로 활용하는 한편 항일의 역사와 수탈의 아픔을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근대기 이래의 많은 문화유산을 통한 군산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며, 근대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찾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치스럽고, 슬픈 역사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비극의 재발방지를 위해 역사교훈 관광지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관광객이나 학생들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제공하면서 이를 통해 교훈을 주기 위한 시설 및 프로그램으로만을 운영하며, 단순 관광을 위한 이질적인 프로그램은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김영신 군산시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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