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우리나라 연안 전역에서 잡히는 다획성 어종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잡히는 어류다. 워낙 많이 잡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어업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멸치를 잡는 방식은 꽤 다양하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의하면 멸치는 불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밤에 등을 밝혀 움푹 패인 곳으로 유인한 뒤 망으로 떠올렸다.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동해안에서 멸치가 방어떼에 쫓겨 몰려올 때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썼다. 어민들은 방어를 잡기 위해 그물을 쳤는데 어망 전체가 멸치로 가득했다고 전한다. 후리어법은 해안선 가까이 멸치가 다가오면 배로 그물을 투입한 뒤 해안에서 그물을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배에서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을 배후리어법이라고 부른다. 챗배어법도 있다. 이는 막대기를 단 그물을 수면에 펼친 다음 집어등으로 어군을 모은다. 이후 그물을 어군 밑으로 이동시켜 채로 떠서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현대로 오면 배가 커지고 동력을 갖게 됨에 따라 새로운 조업 방식이 동원됐다. 유자망은 멸치가 그물코에 와서 꽂히도록 하는 것이고 대망류는 어업은 7~8척으로 구성된 선단이 협력해 대량으로 멸치를 잡는 방식이다. 이들 어획 방법들은 모두 근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현재에도 쓰인다.
  그런데 15세기부터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멸치를 잡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바로 죽방렴이다. 1469년 조선 예종 원년 편찬된 ‘경상도속찬지리지’에 기록돼 있다. 참나무 말목과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갯벌에 설치한 다음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멸치를 뜰채로 잡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소형 정치망이다.
  요즘 남해안에서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멸치는 ‘바다의 귀족’이라고 할 정도로 값이 비싸다. 죽방멸치라고 이름 지어진 이 멸치는 육질이 우수하고 흠집이 없는데다 비린내도 없다. 남해에서 주로 이 어업이 이뤄지는데 지난해 9억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량만 나기 때문에 kg당 10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특히 CAS라는 기술 덕분에 생멸치로도 주문이 가능해 횟감으로 도시인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지난 1월 해양수산부는 죽방렴 방식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하찮아 보이는 멸치지만 조업방식에 따라 그 가치가 높아진다니 이채롭다. 알고 보면 우리의 선조들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논밭을 경작하고 물고기를 잡았다. 죽방멸치는 지금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새삼 조상들의 지혜에 경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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