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그레이엄(1894~1976)은 영국 출신 미국의 투자자다. 증권 분석에 정통했으며 가치투자이론의 창시자로 통한다. 그는 여러 가지 투자 철학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주주행동주의 투자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보통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레이엄은 실제로 이 행동주의를 실천에 옮겨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된다.

  그레이엄은 1926년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 자회사에 특별한 요구를 한다. 바로 회사 잉여금을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라는 것이다. 그와 동료들은 이 조치가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주주들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해당 회사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너인 록펠러가 이를 용인해 결국 잉여금 배분이 이뤄졌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그를 행동주의 투자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후 주주들의 행동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기업 사냥꾼들의 무대였다. 일정 주식을 취득한 뒤 이사회 의석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목적은 경영진 교체나 회사 분할을 통한 지분 가치 높이기 등이었다. 1980년대부터는 기관투자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투자한 회사에 개입해 주주 제안이나 압력 행사 등을 시도했다. 

  2000년대 이후 주목받는 주주행동은 주로 연기금, 자산운용회사, 헤지펀드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가치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높은 배당과 주식 가격 상승이 바로 그들의 목표다. 그래서 매각이나 구조조정, 주요 의사결정 등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나 소송 등이 그들의 무기가 됐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주행동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올 주총에서 워런 버핏이 기후변화에 대해 무감각하다며 공세를 펼 움직임이다. 소액주주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화석연료 회사들에 대한 투자 축소를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할 방침이다. 또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할 계획이다.

  여기서 보듯 주주행동은 비단 사적 이익 추구에 그치지 않는 게 최근의 경향이다. 경영 성과 미진은 물론 지배구조가 부실하거나 ESG 이슈에 대한 대응 미비하면 주주들은 강력히 시정을 요구한다. 이제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에 힘쓰는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할 상황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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