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를 끌어온 기관차는 역시 재벌그룹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이들의 활약이 한국경제를 이만큼 성장시켰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재벌그룹 중에서도 상위권 몇몇 기업은 이제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초국적기업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했다. 대한민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있을지 몰라도 삼성이나 현대, LG 브랜드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빛이 나는 그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수혜자로서 온갖 특혜 속에 성장한 재벌그룹들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정경유착에서부터 노동 배제나 황제 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등 수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재벌총수 가운데 몇 사람은 여전히 법의 심판대에 올라 있는 처지다.
  그 과정에서 재벌그룹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경제에 대한 지배력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입김이 세져서 국가와 맞먹을 정도의 힘을 행사한다. 대마불사라는 용어는 이들의 방패다. 워낙 덩치가 커지고 보니 다루기가 힘들어졌다.
  이렇게 빛과 그림자 양면을 가진 재벌그룹이 팬데믹 이후에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76개 대기업 집단은 전년 대비 자산총액이 증가하고 경영실적도 개선됐다. 자산총액은 281조3천억 원이 증가했고 매출액도 21.5%(289조2천억 원)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189%나 급증했다. 재벌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팬데믹이 다소 완화돼 경제활동이 재개된 데다 인수 합병 등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벌개혁론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다. 재벌 주도적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에서부터 총수의 황제 경영 구습을 타파해야 하고 나아가 독과점이나 불공정 거래 등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이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그래도 온존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글로벌 표준으로 등장한 ESG경영 흐름으로 볼 때 재벌그룹의 개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윤리경영과도 연결된 지배구조는 이제 국제적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다. 여기에 환경보호에 앞장 서고 사회 공헌활동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이 과연 이런 기준에 잘 맞추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더 이상 재벌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런 칭호를 듣지 않도록 재벌 스스로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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