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남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다. 시인의 꽃심이 빚어내는 마음이 따뜻해서 행복했고,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사물과 교감하는 시인만의 예민한 감성의 촉수가 아름다워서 행복했다

이는 이연희 수필가가 심옥남 시인의 동시집 빗방울 체력장(인문사artcom)’ 추천사를 통해 밝힌 감상평이다.

이연희 수필가의 말처럼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발랄함이 가득 묻어있는 심옥남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뱀이/도로 위에 죽어 있다//길 건널 때/손 번쩍 들으랬는데//뱀은 손이 없다(‘뱀 손전문)”

일기 쓰면서도/매앰맴//숙제하면서도/매앰맴//공차기하면서도/매앰맴//점심 먹으면서도/매앰맴//매미 학교에서는/단어 하나만 외우면 된다//받아쓰기도 식은 죽 먹기다(‘매미 학교전문)”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시에서 느낄 수 있듯 어린아이만이 가진 상상력을 심 시인은 여전히 갖고 있다.

이미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 시인이지만, 동시집 빗방울 체력장에서 심 시인은 어린아이 그 자체가 된다.

동시 크리스마스에서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차도 다니지 않는 산골에 살아서/산타가 못 오는 거라고/이사 가자고 조르면//앵두나무, 알밤나무, 산딸기가 산타야/너에게 공짜로 열매를 주잖아/도시의 산타는 일 년에 한 번 오지만/너는 매일 산타랑 사는 거야//산타는 할아버지인데/나무가 무슨 산타야//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엄마(‘크리스마스중에서)”

책 속 곳곳에 꾸며진 그림은 동심 가득한 언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표지를 장식한 그림은 유리원(전주우전초·4) 학생이 그린 것이다.

유대준 시인은 동시 한 편 한 편에 아이들이 다양한 빛깔로 내는 소리빛이 담겨서 담백하고 청량감 넘치며 신선했다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를 친구로, 사랑으로 대하는 생명존중 정신은 무딘 가슴을 펄떡이게 했다고 전한다.

심옥남 시인은 전북 임실 출생으로, 전주대 국문학·문화콘텐츠기획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현대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세상, 너에게’, ‘나비돛’, ‘꽃의 고도등이 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 한국미래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문학동인 금요시담회장,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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