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시인
강경화 시인

굴곡진 길 위의 존재들을 품고 가는 시인이 있다.

강경화 시인은 위태롭게 방사된 삶이라도 때로는 무릎을 꿇어야 하고, 때로는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숙명처럼 그들을 품 속에 넣는다.

강 시인이 쓸쓸하고 아프면서도 감정에 매료되지 않은 시편들을 모아 세 번째 시집 ‘나무의 걸음(아꿈)’을 냈다.

‘매끈한 상처’와 ‘나무가 걸어온다’, ‘깊어진 너’, ‘생각이 선명한 꽃무늬’ 등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시조가 빼곡이 담겨 있다.

일상적인 신발끈 묶는 일도 시상이 된다.

“그의 풀린 신발 끈이/걸을 때마다 끌린다//앞에서 흔들리는/꽉 묶지 못한 시간이//그보다/ 한 발 앞서서/밟힐 듯 길을 간다//힘껏 묶어도 걷다 보면/늘 삶은 느슨해지고//반듯한 길도 걷다 보면/닦아야 될 먼지가 앉고//풀려서/위태로운 생/무릎도 꿇어야 한다//(‘신발 끈을 묶다’ 전문)”

올곧게 걸어가더라도 먼지가 붙기 마련이고, 신발끈을 동여매듯 시간을 묶어도 느슨해지는 인생의 이치를 시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노창수 시인은 해설에서 “강경화 시인이 뿜는 문학의 생태적 정신이 시조집 편 편에 고스란히 배태됐다”며 “이를테면 시적 대상에 독특하게 구현된 생명성을 불어넣기도 하고, 재기발랄한 일상적 발화와 함께 존재에 대한 생명주의적 지상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밝혔다.

눈에 보이는 외연의 생태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밀의 생태로 끌어가는 ‘전의’의 시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둠을 삼키며/나무가 걸어온다//온전히 묻히지 못해/뿌리는 항상 까치발//차가워 온기 한 줌 찾아/더듬더듬 길을 간다//생의 줄기 밀어내어 한 발씩 내딛는 일은/앞서 내린 뿌리를 독하게 끊어내는 일//제 상처 덧나지 않게/제 잎 떨궈 덮는다//(‘나무의 걸음’ 중에서)”

시인은 나무가 내민 가지만큼의 뿌리를 나무 스스로가 당겨 끊어낸다고 여긴다.

나무의 생태성, 즉 암흑 속에 짙어 오는듯한 나무의 걸음걸이로써 그를 작동시키며 동시에 화자와의 관계를 의인화하는 것이다.

강경화 작가는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광신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시조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한다’, 메타세콰이어 길에서‘가 있다. 현재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율격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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