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필자는 1995년부터 약 7~8년 동안 펜타닐(fentanyl)제제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마약취급면허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득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마약에 대한 위험성이 현재에 다다르리라고는 예상을 못하였다. 

펜타닐은 벨기에의 제약회사인 얀센에서 개발하였다. 현재 특허가 만료되어 대부분 복제약(제너릭/카피 약)이다. 펜타닐의 가장 큰 특징은 예상치사량이 2㎎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모르핀에 50~100배의 약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약물의 강력한 효과(potent) 때문에 말기 암 환자나 극심한 통증의 환자 등에게 많이 사용된다. 마취제로도 쓰이는 마약류인 케타민(ketamin)이나 자일라진(xylazine) 그리고 몰핀에 비해서 회복 시에 구토나 다른 부작용이 적어서 널리 쓰이고 있다. 

펜타닐이 문제가 된 것은 2010년부터이다.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기 시작하여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22년도 미국에서만 약11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나왔다. 18~49세 미국인의 일등 살인자로 총기사건과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의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나 샌프란시스코의 펜타닐 중독자들의 집합소를 보면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정지한 듯한 중독자를 많이 볼 수 있다. 환각상태에 쉽게 빠지며 중추신경에 치명적손상을 입힌다. 따라서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기 때문에 좀비 마약으로 부른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제형태는 패치(파스)형태로 가슴에 붙인다. 환자에 상태에 따라서 용법용량이 결정되며 패치에서 인체로 흡수되어 통증을 완화시킨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 사건인데, 할아버지가 사용하고 난 펜타닐 패치를 8개월 된 영아가 주워 먹었다. 혼수상태에 빠져 목숨은 건졌으나 뇌가 다쳐 재활치료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패치까지 모두 주워 먹는 심각한 마약 중독성을 보이기도 한다. 

막대사탕처럼 빨아먹는 캔디 스타일의 제제도 있다. 이는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있을 때 녹아 나온 부분이 구강 점막을 통하여 곧바로 흡수되어 즉각 작용한다. 불법 유통되는 일명 차이나 화이트(China White)는 순도가 낮고 제품마다 상이하여 흡수율이 서로 다르다. 펜타닐의 일회투여량은 200~1600㎍(0.2~ 1.6㎎)으로 헤로인의 5㎎이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다. 즉 조금이라도 과다하게 복용하게 되면 바로 목숨을 잃는다. 산다고 하더라도 중추신경과 뇌에 손상을 유발하여 영구적 후유증을 갖는 장애인이 된다. 

펜타닐은 주로 원료가 중국에서 제조되어(이러한 연유로 차이나 화이트라고 불린다) 미국으로 직접 송달되든지 멕시코의 카르텔 그리고 캐나다를 통하여 공급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회에서는 중국에서 고의적으로 펜타닐을 미국과 서방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펜타닐보다 10배 강한 서펜타닐(sufentanil), 100배 더 강한 카펜타닐(carfentanil)등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거의 짝퉁 제품인 알파메틸펜타닐도 유통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펜타닐로 인한 사망사고가 교통사고와 총기사고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한 파티에서 나눠먹은 몇 십 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더 이상 펜타닐의 청정 지역이 아니다.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이나 이상 증세가 보이는 극단의 범죄자나 운전자들을 적발하면 펜타닐 마약테스트를 우선으로 시행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의도용으로 펜타닐 처방받아 복용한 10대 42명이 무더기 입건되기도 하였다. 10대 이하에게 펜타닐패치가 처방되고, 던지기라는 수법으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달 6월말 여성가족부는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여가부는 조사결과에서 중·고등학생 중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4%라고 밝혔다. 2021년에는 고교생이 펜타닐 패치를 학교 교실과 화장실에서 흡입했다는 사실도 충격적 사건도 있었다. 이에 사회적으로 예방 운동을 청소년부터 철저히 하여야 하며 경각을 울려야 할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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