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의식주다. 옷과 음식, 집이다. 이 셋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주거는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갖추기가 매우 힘든 요소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값이 비싼 나라에서는 평생 번 돈을 한푼도 안 써야 대도시에 그럴듯한 집 한 채 마련하는 형편이다. 자연스레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라는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집의 최소한 기준은 뭘까.

우리나라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는 주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민이 쾌적하게 잘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일종의 빈곤선이다. 2011년 제정된 주거기본법에 의하면 우리나라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 기준 14. 평수로 따지면 4.1평이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좁다. 일본은 25, 영국은 38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20.43.

당연히 너무 좁다는 비판이 빗발치지만 이를 상향하면 이에 따른 재정 소요가 만만치 않아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런 좁은 면적조차 갖지 못하는 주거빈곤층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 빈곤 가구는 대도시와 취약계층에 몰려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청년 주거 빈곤율은 무려 22.9%에 달했다. 이들 주거빈곤층은 비닐하우스촌이나 쪽방, 반지하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나 숙박업소 객실, 특수사회시설도 이 주거빈곤층의 거처에 포함된다.

최근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가구원은 모두 1829천명으로 전년보다 2.3%41천명 늘어났다. ‘주택 이외의 거처가구원은 2018(1995천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택 이외의 거처가구원은 앞서 언급한 주거빈곤층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무방하다. 주거빈곤층이 늘어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전세 사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빈곤층 문제는 갖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각한 사안이다. 저소득과 높은 집값, 부유층의 투기, 아파트 선호 풍토 등등이 개재돼 있다. 단칼에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취약계층에도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 안 된다. 특히 정부 정책이 집값에만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은 더 악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택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도록 당국과 정치권은 보다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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