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scout)란 단어는 정찰 혹은 수색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니까 군사 작전에서 필요한 적의 위치나 병력, 화력 따위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이렇게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지리나 지형, 기상 정보 등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필요했다. 야영이나 독도법 등이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보어전쟁 참전 용사이자 영국 장성 출신 B. 포우엘은 이런 정찰법에 대한 군인 교육 교재로서 ‘정찰과 척후활동’을 썼다. 그런데 이 교재가 많은 학교에서 교육 교재가 되고 또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19세기 후반 혼란스러웠던 영국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교재가 청소년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1907년 포우엘은 이후 ‘소년을 위한 정찰법’이라는 제목을 책을 새로이 내고 20명의 소년들을 모아 실험 캠프를 열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스카우트 운동과 잼버리의 기원이 됐다. 여기서 잼버리는 ‘즐거운 놀이’ 혹은 ‘유쾌한 잔치’의 뜻을 가진 인디언의 말 시바아리가 어원이다. 

  이후 스카우트 운동은 영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매 4년마다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 잼버리를 개최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민족이나 문화,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국제 이해와 우애를 다지는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또 야영과 각종 행사를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의 조화 있는 발달을 도모하는 행사로서 각광을 받게 됐다. 따라서 세계 잼버리 개최는 모든 나라들이 희망 사항으로서 개최지 결정 과정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을 거듭하다 K-팝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과 태풍 등 기상 조건도 좋지 않았던 데다 준비 부족으로 전 세계를 실망시켰다. 급기야 태풍을 이유로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한 대원들은 자연 체험보다는 박물관이나 공연들 감상하는 등 실내 프로그램 참여로 전환했다. 당연히 ‘관광 잼버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간 한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성공 개최로 국제적 성가를 드높여왔다. 안타깝게도 새만금 잼버리는 이런 긍정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악역을 수행한 셈이 됐다. 준비 소홀로 인해 ‘꿈의 여정’이 ‘악몽의 여정’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앞으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대대적인 조사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이 있겠지만 이는 완전히 사후약방문이다. 어디 잼버리 대회뿐이겠는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대비 태세의 허술함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머나먼지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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